아이 낳으라고 독려하지만 손·발 안맞는 출산장려 정책… 인구 7만 삼척에 분만실이 없다
입력 2010-02-21 17:43
인구 7만명이 넘는 강원도 삼척시에 아이 낳을 분만실이 없어 지역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산 장려금 제공 등 아이 낳기를 권장하는 온갖 시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시 지역에 분만실조차 없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21일 삼척시보건소 등에 따르면 삼척지역은 2003년 11월 삼척의료원 산부인과가 적자 운영으로 폐지된데 이어 산부인과 의원 1곳도 지난 1월부터 분만직무를 포기하는 등 2개 의원 모두 분만실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삼척의료원에서는 2000년 지역 내 신생아 출산이 연간 845명에 달했으나 2001년 637명, 2002년 595명, 2003년 485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에 의료원은 경영개선 차원에서 산부인과를 폐지했으며, 지역 내 산부인과 의원들의 폐업이 이어졌다.
분만실이 모두 사라지자 3월초 출산예정인 한 산모는 최근 시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지역 내 하나뿐인 산부인과 의원 분만실을 올 들어 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응급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 했다.
지역주민들도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고 산모들에게 초음파 검사 쿠폰을 지급하는 등 지자체가 시행하는 출산장려 정책이나 인구증가 시책도 결국 속빈 강정이 아니냐”며 “현 시점에서 병·의원에 분만실을 설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척지역 병·의원들은 분만실을 운영하려면 산모 수가 월평균 15∼20명은 돼야 하고 신생아실, 대기실, 분만장, 제왕절개실 등을 갖추고 인력과 장비도 확보해야 하는데 산모 수가 적어 분만실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 들어 분만실 운영을 포기한 한 산부인과 의원은 “적정 분만 수와 혈액 확보, 응급 상황 시 병원 이송 방안 등 제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분만실 유지가 어렵다”며 “어쩔 수 없이 분만을 포기하고 부인병이나 피부 미용, 비만 치료 등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 보건소 관계자는 “지역 내 산부인과에서 분만실을 운영토록 유도하는 한편 삼척의료원에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를 재개설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가족부, 강원도 등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척=변영주 기자 yzbyo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