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 수장’ 국회서도 파행… 문예위원장 2명, 국회 문방위 동시출석

입력 2010-02-19 18:27

‘한 지붕 두 위원장’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두 위원장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기관보고에도 동시출석하면서 여야간 거친 설전이 벌어졌다.

한국문화예술위의 김정헌 오광수 두 위원장은 19일 오전 10시 회의에 맞춰 문방위에 나란히 출석했다. 당초 고흥길 위원장은 오 위원장만 염두에 두고 위원장석 1개만 마련토록 지시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해임처분 집행정지 판결을 받은 김 위원장도 출석하면서 자리가 모자라는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법원의 인정을 받은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라며 자신의 의자를 가져다 김 위원장이 앉도록 배려했다. 최 의원은 접이식 철제 의자를 가져다 앉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명패도 한 개밖에 없어 김 위원장은 이름 없는 자리에 앉게 됐다.

본격적인 소란은 출석한 기관들의 업무보고 순서가 바뀌면서 시작됐다. 고 위원장은 문화예술위의 업무보고 기관장을 누구로 정할 지 논란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문화예술위를 뒤로 돌리고 영화진흥위부터 보고하라”며 갑자기 업무보고 순서를 바꿨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이 “여야 간사 합의로 결정된 순서를 왜 위원장이 바꾸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전 의원은 또 “법원 판결에 따라 김 위원장이 저 자리(문화예술위원장석)에 앉는 게 법리적, 논리적으로 맞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정배 의원도 “사법부가 최종 판단을 내린 가처분 신청에 대해 문화예술위원들이 무슨 자격으로, 누구 마음대로 오 위원장을 시킨다는 것이냐”고 흥분했다.

이에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이 안 나왔기 때문에 문화예술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성윤환 의원도 “정부가 오 위원장으로 정했으면, 그 사람을 불러서 업무보고를 들으면 된다”고 거들었다. 정회 후 오후에 회의가 속개됐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유탄은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이 맞았다. 흥분한 전 의원과 천 의원, 장세환 의원 등은 직설적인 답변으로 일관한 조 위원장을 향해 “당신 답변태도가 뭐야”라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