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판결’ 논란 줄여 신뢰회복 나서
입력 2010-02-19 22:47
서울중앙지법 등이 19일 발표한 법관 사무분담의 핵심은 최근 ‘좌편향 판결’ 논란을 빚었던 형사 단독 재판부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판사 한 명이 심리, 판결하는 단독 재판부에 경험이 많은 중견 법관을 대거 배치해 논란의 소지를 줄이고 재정합의 제도를 통해 판결의 신뢰성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형사 단독판사 경력 높여라’ 비판 수용=서울중앙지법의 올해 법관 사무분담을 보면 한나라당 등 보수 세력의 요구를 대법원이 수용한 측면이 크다. 서울중앙지법은 법관 300명 이상의 전국 최대 규모로, 법원 제도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 만큼 서울중앙지법이 과감하게 형사 단독 재판부에 부장판사 6명을 배치하고, 전원을 10∼19년 경력의 법관으로 채우는 실험을 한 것은 대법원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MBC PD수첩,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 주요 시국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원인을 소장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법원 내 우리법연구회 해체 등의 공세를 펼쳤다.
특히 유명무실했던 재정합의 제도를 적극 운용키로 한 것 역시 단독 판사들의 ‘튀는 판결’ 논란과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단독 재판부에 배당될 사건이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클 경우 재정결정을 거쳐 3∼4명의 단독판사가 합의해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그만큼 판결의 신뢰성 및 공정성과 관련한 외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법관 사무분담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가용 인력을 동원해 형사 단독판사로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빚은 판사들 형사부 떠나=형사 재판 판결로 보수세력의 공세를 받거나 논란이 돼왔던 판사들은 최근 단행된 법관 정기인사에서 대부분 민사 재판부로 보직을 바꿨다.
민노당 강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는 같은 법원의 민사단독 재판부로 자리를 옮겼고, PD수첩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문성관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서울서부지법 민사단독 재판부로 이동했다.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해 무죄를 내린 김균태 전주지법 판사 역시 같은 법원의 민사단독 재판부를 맡게 됐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후원회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던 마은혁 전 남부지법 판사는 이혼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가정법원 가사단독 재판부로 배치됐다. 보수세력의 비판 대상이 됐던 판사들에게 ‘소나기’를 피하도록 한 배려라는 게 법원 안팎의 관측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