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시동 걸었다
입력 2010-02-19 18:16
경제대국 G2(미국, 중국)가 차츰 ‘출구’ 쪽을 바라보고 있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유동성 증가 정책이 비수로 돌아올 조짐을 보이면서다. 우리도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쓸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출구전략과 경기 활성화는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다. 빠른 속도로 유동성을 빨아들이면 경기 침체라는 덫에 빠진다. 이 때문에 아직 본격적 긴축은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현지시간으로 18일 재할인율을 현재 0.50%에서 19일부터 0.7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재할인율은 단기자금 시장에서 돈을 구하지 못한 은행 등에 연방준비은행(FRB)이 자금을 빌려주면서 적용하는 벌칙성 금리다.
재할인율 인상은 가계·기업대출 금리를 실질적으로 인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재할인율을 올림으로써 시중의 돈줄이 조이고, 이는 결국 금리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유동성 흡수를 통한 출구전략을 단계적으로 밟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출구전략 로드맵은 재할인율과 연방기금 금리의 스프레드(금리 차이) 확대, 역환매 조건부채권(FRB가 딜러에게 국채 등 담보물을 제공하고 자금을 차입하는 거래) 매매와 기간 예치금 제도(은행이 FRB에 긴 기간동안 자금을 예치하도록 하는 제도)로 유동성 점진적 흡수, 중앙은행 자산매각 등 3단계다.
경기 과열, 물가 상승에 고심하는 중국은 지난달부터 잇따라 긴축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에만 두 차례 국채 발행금리를 올렸고, 은행 지급준비율은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0.5%씩 두 번 인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재할인율 인상을 “긴축으로 가겠다는 초기 신호 정도”라고 평가했다. 토러스증권 공동락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에 긴장 분위기를 환기시킨 정도”라며 “본격적 출구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대신경제연구소 홍석찬 연구원은 “미국이 유동성이라는 링거액을 중단하기에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시장은 우려가 현실로 바뀌고 있다는 쪽으로 쏠렸다. 중국과 미국이 동시에 긴축을 진행하면 글로벌 경기 둔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한층 강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29포인트(1.68%) 떨어진 1593.90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재할인율 인상 소식에 하락세로 개장한 뒤 보합세를 유지하다 두바이 국영기업인 두바이홀딩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는 미확인 소문에 급락했다.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던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8.94포인트(1.74%) 내린 504.39로 마감했다.
김찬희 기자,워싱턴=김명호특파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