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졸업식보다 입학식 앞당긴 대학들
입력 2010-02-19 18:17
국내 대학가에 ‘2월말 졸업, 3월초 입학’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입학 졸업에 관한 것이야 대학 자율이기도 하다. 문제는 졸업식과 입학식이 뒤바뀔 정도로 무리하게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다. 올해도 숭실대와 연세대, 숙명여대 등 많은 대학이 입학식 날짜를 졸업식보다 앞당겼다. 선배들이 채 학교를 떠나기도 전에 새내기들이 입학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형식적으로는 한동안 5개 학년이 같은 대학에 존재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기형적인 학사일정이 빚어낸 촌극이다.
대학들은 조기 입학식의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2월에 입학식을 함으로써 3월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수강신청이나 동아리 탐색 등 대학생활을 준비할 수 있고, 소속감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입학식 때 새로운 정보를 줌으로써 재수·삼수행을 고민하는 학생을 붙잡아 결국 결원율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신입생들이 해당 대학의 정보가 부족해 입학을 포기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입학식 행태에 대한 일반의 시선도 곱지 않다. 많은 대학에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스타 등 인기 연예인을 초청한 가운데 호화판 환영식을 열고 있다. 이유인즉 자기 대학을 선택해준 데 대한 고객 서비스의 일환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학이 제공하는 서비스치고는 비교육적이다. 입학 초기부터 소비지향적인 시류에 영합해 향략적 대중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대학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는가.
차제에 신입생을 대하는 대학의 입장도 바꿀 필요가 있다. 많은 대학이 신입생이라는 신분상의 취약점을 이용해 재학생 등록금보다 입학금 인상률을 높게 책정한다. 신입생은 총학생회 소속이 아니어서 교섭력과 단결력도 없고, 어렵사리 합격해 놓고도 입학금이 높다고 등록을 포기할 수도 없으니 피해는 고스란히 신입생이 감수한다. 입학금을 크게 올려놓고 화려한 공연으로 입막음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은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재정난을 호소하면서 한 회에 수억원씩 들이는 체육관 입학식을 계속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