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교육청이 이 정도로 썩었으니

입력 2010-02-19 18:16

어느 조직보다 청렴해야 할 서울시교육청이 이토록 썩었을 줄 몰랐다. 요즘도 ‘장학사 매직’ 파문에다가 공사 및 교육 기자재 납품을 둘러싼 금품수수 등 크고 작은 비리가 줄을 잇고 있다. 수도 서울의 초·중등 교육행정을 지휘하는 곳이 악취가 진동하는 부패의 온상이라니 참으로 암담하다.

이 가운데 검찰 수사결과 드러난 장학사 매직의 먹이사슬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검찰에 따르면 시교육청 장학사가 장학사 시험을 앞둔 일선 교사들로부터 돈을 챙긴 뒤 상관인 인사담당 장학관을 거쳐 교육정책국장에게 상납했다. 교육정책국장과 인사담당 장학관은 초·중등 교원 및 교육전문직 인사를 주무르는 요직이다. 시교육청의 핵심 인물들이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검은 돈을 받은 교육정책국장의 경우 무려 14억여 원이 든 통장을 적발당했다. 그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10억원을 빌렸고,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은 실수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차명계좌까지 만들어 돈을 관리해온 점, 전 서울시교육감의 측근으로 알려진 점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인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것이라거나 상관에게 전달할 비자금일 것이라는 등의 추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해당 장학사와 인사담당 장학관은 구속됐고, 교육정책국장은 금명간 사법처리될 예정이다. 어떡해서든 장학사가 되려고 돈을 건넨 일선 교사들은 불구속 기소됐다. 30년 만에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이쯤에서 수사를 중단해선 안 된다.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강도 높은 수사로 시교육청의 고질적인 비리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장학사 매직의 근본 원인은 장학사가 되기만 하면 빠른 시일 내에, 비교적 손쉽게 일선 교장으로 발령받는다는 데 있다. 시교육청 장학사 시험 경쟁률이 매년 7대 1 정도를 기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뒷돈을 써 장학사가 되려면 2000만원은 필요하다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차제에 ‘장학사=출세 지름길’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