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기자의 밴쿠버 엽서] 북한 대표팀 리도주 감독 “南 스케이트 기술 세계최고”

입력 2010-02-19 18:16

북한도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건 알고 계시죠?



오늘은 북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리도주(64) 감독과 따로 만나 나눈 얘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생생미를 더하기 위해 리 감독의 어투, 단어를 그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리 감독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북한 고현숙(25)의 여자 1000m 종목 출전을 위해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 왔습니다.

먼저 ‘밴쿠버 영웅’ 모태범(21·한국체대) 얘기부터 물어봤습니다. 모태범 선전 비결을 물으니 “태범이가 체력이 좋지 않습네까. 스케이트 기술도 남조선 선수들이 아마 세계 최고일 겁네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리 감독은 “일본 선수들이 이번에 안 좋은데(현재까지 금메달 없음) 가네들(일본 선수들) 스케이트 기술이 남조선에 안 됩네다”라고 했습니다.

더 파고들었습니다. “우리 동양 사람들이 체격으로는 서양한테 안 되지 않습네까. 동양 사람 몸에 맞게 스케이트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아무리 해도 서양 선수들한테는 안 되는데 남조선은 그걸 해냈습네다. 자세한 건 관규(김관규 한국 대표팀 감독)한테 물어보시라요.”

1960∼70년대 북한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리 감독은 “관규나 성렬(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이는 예전부터 알고 지냈습네다”라고 소개했습니다. 리 감독은 “우리 민족은 역시 종자가 다릅네다. 장군님께서도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하셨습네다”고도 했습니다.

북한 선수단은 모든 경기가 끝나더라도 밴쿠버에 계속 남아 스피드, 피겨, 쇼트트랙, 폐막식(3월 1일)까지 다 지켜볼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제 경험을 더 많이 쌓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리 감독은 “남조선 선수들 잘하라고 응원하겠습네다”라고 했습니다.

리 감독 인상은 푸근한 동네 세탁소 아저씨 비슷합니다. 제 부친 고향이 북한(함경남도 갑산)이어서 리 감독은 저를 아들처럼 대해줬습니다.

헤어지면서 리 감독에게 제 밴쿠버 휴대전화 연락처를 알려주며 “북한 선수들에게 밥 한 번 사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리 감독은 연락하겠다고 했습니다. 진짜 연락이 올지는 알 수 없지만 혹시라도 북한 선수들과 밥을 먹게 되면 뒷얘기를 또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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