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애슬론 이인복·문지희 “메달 획득보다 희망을 향해 달립니다”

입력 2010-02-19 18:16

처음부터 메달 획득은 목표가 아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돌아오는 것이 목표였다. 하위권을 벗어나기 위해 애썼지만 올림픽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아직 끝은 아니다. 여전히 가슴 속에선 꿈을 꾼다. 그것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바이애슬론 대표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이 세계와의 격차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캐나다 휘슬러 올림픽파크에서 19일(한국시간) 열린 바이애슬론 남자 20㎞ 개인에 출전한 이인복(26·전남체육회)은 56분24초5로 결승선을 통과, 전체 88명 중 71위를 기록했다. 여자 15㎞ 개인에 출전한 문지희(22·전남체육회)는 48분53초9를 기록하며 86명 중 73위에 머물렀다.

따지고 보면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도 대단한 성과였다. 한국의 바이애슬론 저변을 감안하면 올림픽 출전 선수가 2명이 나온 것만도 대단하다는 평가다.

바이애슬론(Biathlon)은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종목이다. 등에 3.5㎏의 총을 멘 선수들이 스키를 타고 속도 경쟁을 벌이다 정해진 지점에서 사격을 하고, 다시 스키를 타고 달리는 것을 반복한다. 사격에서 5발을 모두 명중시키지 못하면 추가 코스를 달리거나 기록에 시간을 추가하는 벌칙이 주어진다.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체력을 갖춰야 하고, 사격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선 4년마다 돌아오는 동계올림픽 때만 TV에서 볼 수 있는 종목이지만 노르웨이 독일 등에서는 인기 종목이다. 특히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4관왕을 달성한 노르웨이의 비에른달렌은 스포츠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선수들은 무관심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운동해왔다. 이인복이 중학교 시절 처음 바이애슬론을 접했을 당시엔 실업팀도 하나 없었다. 고교 시절까지 선수 생활을 했지만 특기생으로 입학할 예정이었던 대학 진학이 어긋나면서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빠지기도 했다. 실의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찰나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팀이 극적으로 만들어졌다.

동계 종목에 대한 투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시기 선수생활을 시작한 문지희는 주목받는 유망주다. 2008년 평창 바이애슬론 월드컵 여자 7.5㎞ 스프린트에서 37위에 올랐던 문지희는 신체조건이 좋고 근성이 있어 세계 15위권을 바라보는 선수로 자라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