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통신] 러 언론 “기적은 끝났다”… 자국 성적부진 질타

입력 2010-02-19 18:17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국가도 있지만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성적 탓에 속을 태우는 국가도 많다.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해놓은 스포츠 강국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러시아는 개막한 지 8일째 경기를 마친 19일(이하 한국시간)까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전체 11위에 머물면서 국내 여론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황금시대의 종말’ 혹은 ‘기적은 끝났다’ 등의 제목으로 이번 대회 부진을 질책하고 나섰다.

야당인 자유민주당은 “러시아 스포츠는 수렁에 빠졌고 4년 뒤 소치에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며 “남은 기간 상위권으로 올라서지 못한다면 체육부장관은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썰매 코스에서 전복 사고가 이어져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3일 훈련도중 썰매에서 튕겨 나와 쇠기둥에 부딪혀 사망한 그루지야의 루지 선수 노다르 쿠마리타슈빌리가 탔던 코스다.

봅슬레이 2인승에 참가한 선수들은 18일과 19일 공식 훈련을 벌였는데 최소 11팀 이상이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썰매가 전복됐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루지와 출발지점만 다를 뿐 똑같은 썰매 코스에서 경기를 벌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마크 애덤스 대변인은 19일 “우리는 이 트랙의 안전성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큰 사고 없이 5000회의 루지 레이스를 치러낸 곳”이라고 적극 변호하고 나섰다.

○…독일의 루지 선수인 다비드 뮐러(28)는 지난 15일 은메달을 딴 뒤 메달을 꽉 깨무는 포즈를 취하다 치아를 다쳐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고 미국 야후 스포츠가 19일 보도했다.

뮐러는 “시상식 때 사진기자들이 메달을 물어보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앞니가 조금 떨어져 나갔다”며 “깨진 이가 보일까 평소처럼 마음대로 웃을 수 없어 신경쓰였다”고 털어놓았다.

○…노르웨이가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100개를 돌파한 나라가 됐다. 노르웨이는 19일 여자 바이애슬론 15㎞ 레이스에서 토라 베르거(29)가 40분52초8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며 자국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20번의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순위는 노르웨이가 98개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78개의 미국이었다. 60개의 독일, 51개의 오스트리아, 43개의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이규혁 선수에게 격려 전문을 보내 “끝까지 선전한 이 선수의 모습이 정말 좋았다”며 “국민들도 이 선수를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대통령 전문은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만 보내는 게 관례다. 이 대통령은 격려 전문을 보낸 뒤 참모들에게 “2등과 3등, 또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우리는 따뜻한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며 “정말 잘 싸웠는데 금메달을 못 따서 고개를 숙이는 장면을 보면 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