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수 총기난사 6일만에 美서 또 분풀이 테러… 경비행기 국세청건물 충돌 ‘충격’

입력 2010-02-19 18:04

개인적인 불만을 이유로 한 ‘묻지마 살상’ 행위가 미국 내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범죄는 조직적이지는 않지만 타인에 대한 무차별 테러행위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앨라배마주립대 헌츠빌 캠퍼스에서 종신교수직(테뉴어)을 받지 못하게 된 여교수가 총기 난사로 6명(사망 3명)을 사상케 한 데 이어 18일에는 과세정책에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텍사스주 오스틴 연방국세청(IRS) 7층 건물에 경비행기를 충돌시켜 대형화재를 발생케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범인인 조종사 조지프 앤드루 스택(53)이 숨지고 건물 내 근로자 1명이 실종됐으며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이번 범행은 정부의 세금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한 스택은 범행 이전에 자택에 불을 지르고, 인터넷에 국세청과 정부 과세정책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겼다.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용의자는 유서에서 “빅브라더 국세청 인간들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주마. 나의 살점을 떼어 갔으니 (너희들도) 이제 잘 자라”라며 범행 동기를 시사했다.

캘리포니아주 기록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스택은 두 차례 회사를 창업했지만 과세당국의 제재로 1980년대와 2001년에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스택은 국세청이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매트 챈들러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테러나 범죄활동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오스틴 사법당국도 “용의주도하게 접근한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비행기가 충돌한 건물은 IRS 소유로 2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옆에는 연방수사국(FBI) 오스틴 지부 건물이 있다. 충돌 직후 큰 불길이 치솟았으며 2층과 3층이 가장 많이 파손됐다. 건물 내에 있던 사람들 일부가 창문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군 당국은 충돌 직후 한때 F-16 전투기 2대를 발진시켜 경계에 돌입했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건 직후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발생한 사건도 교수회의에서 자신이 종신교수직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분개한 생물학과 교수가 미리 준비해간 총기로 다른 교수 등에게 무차별 발사한 것이다. 사망자 3명 외에 부상자 3명 중 2명은 생명이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