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달라이 라마 면담은 내정간섭” 中 부글부글
입력 2010-02-19 18:0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강행하고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양국 간 관계 악화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9일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은 존 헌츠먼 주중 미국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엄중한 항의의 뜻을 표명했다.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새벽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이 이뤄진 직후 성명을 통해 “중국은 미국에 강한 불만과 함께 결연한 반대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마 대변인은 이후 내용을 더욱 구체화하고 강도를 높인 추가 성명을 발표했다.
마 대변인은 추가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같은 날 의도적으로 달라이 라마와 면담한 것은 중국의 내정을 심각하게 간섭하고 중국인의 민족 감정을 크게 상하게 했을 뿐 아니라 중·미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로버트 기브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맵룸에서 달라이 라마와 1시간 넘게 비공개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도 면담했다.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주요 언론도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면담에 대해 ‘검은 의도’가 있다는 등 강력히 비난했다. 이들은 미국이 유효한 조치를 취해 추가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연말부터 환율 및 무역 마찰, 구글사태,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 등에 이어 달라이 라마 면담까지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더글러스 팔 연구위원도 “양국 협력관계가 일정기간 냉각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양국이 갈등 해소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만 무기 판매와 달라이 라마 면담 등 이미 예견된 악재가 모두 노출된 데다 양국이 장기적인 관계 악화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정년으로 18일 이임한 저우원중(周文重) 전 주미 중국대사는 “양국이 힘을 합치면 이익을 얻지만 다투면 양쪽 다 부상을 입는다”면서 “대화는 싸움보다 좋고, 동료는 맞수보다 낫다”고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