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수 평론집 ‘상처와 치유’… “진정한 위로가 된다면 그것이 문학의 힘”

입력 2010-02-19 17:58


일흔의 나이에도 문학이 있어 행복하고, 쓰고 싶은 만큼 많은 글을 쓰지 못해 “손길의 느림에 대해 끊임없이 절망한다”는 평론가 김치수의 신작 ‘상처와 치유’(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서울대 불문과를 나와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에서 ‘소설의 구조’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6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입선으로 등단했다. 이후 그는 ‘산문시대’, ‘68문학’, ‘문학과지성’ 동인으로 활동하며 한국 비평사의 한 획을 그었다.

해방 후 한글로 교육을 받은 첫 한글세대이자 4·19 혁명과 함께 문학을 시작한 4·19 비평그룹의 주역인 그는 문학을 통해 어느 시대, 어떤 체제에서나 상처 입은 개인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비평가 정과리는 ‘김치수 깊이 읽기’를 통해 “김치수의 비평은 작가에게 보내는 격려이고 독자에게 건네는 위안의 메시지다. 그의 문체는 곁에 앉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평론집 ‘상처와 치유’는 소설의 정의와 역할 등에 대해 총론한 1부와 개별 작가와 시인들의 작품론을 다룬 2부, 2000년대 중반 한국문학의 지형도를 두루 살핀 3부로 이뤄져 있다.

총론과 각론에 걸쳐 그의 평론을 관통하는 코드는 ‘치유’다. “문학은 새로운 인물의 창조를 통해서 오늘의 우리의 모습을 재발견하고 우리가 아파하고 있는 고통의 정체를 밝히고 그것의 적절한 표현에 도달하고자 하는 언어를 찾아내는 것이다”(58쪽)

저자는 최근작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설명하며 “금융 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이 작품이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진정한 위로가 된다면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라고 말한다. 또 깊은 통찰력으로 이병주 홍성원 이청준 김원일에서 김연수 조경란에 이르기까지의 소설과 박이문 정현종 마종기의 시 등 한국 문학사를 주름잡아온 작가와 작품을 세밀히 들여다본다.

다양한 분석틀을 사용하지만 문학의 지향에 대한 궁극의 가치는 같다. 전쟁과 분단, 독재정권 등으로 고통받아온 우리의 역사와 분열돼 있는 현실을 치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문학이 존재하는 것임을 그는 말하고 또 말한다. 간명한 문체로 단정하게 써내려간 그의 평론은 마치 선생님이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듯 친절해 읽는 맛도 일품이다.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