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TV다큐 감상은 극장이 제격”… MBC ‘아마존의 눈물’ 3월 개봉-EBS ‘한반도의 공룡2’ 12월 상영
입력 2010-02-19 17:49
거액 제작비에 흥행요소 갖춰… 방송사 수입 창출원으로 등장
TV에서 방영되던 다큐멘터리(다큐)가 극장에서 상영된다. 아예 극장판부터 돌리고 TV로 오기도 한다. 소수의 사람만 혹은 평론가에게만 관심을 끌던 교양물이 어느새 스크린에서 흥행몰이를 할 정도로 오락성을 겸비하게 됐다.
‘다큐’가 고리타분한 ‘교육 콘텐츠’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 ‘킬러 콘텐츠’로 부상함에 따라 각 방송사는 ‘다큐’의 영화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체 이용가 등급으로 500만명을 예상한다.” 여느 영화감독의 말이 아니다. 지난 16일 열린 EBS 개편설명회에서 EBS측이 어림한 3D 다큐 ‘한반도의 공룡2-공룡 점박이’의 흥행 예상 성적이다. EBS는 ‘한반도의 공룡2’를 12월 스크린에서 먼저 선보인 후 방송에 내보낼 예정이다. 투자·배급사도 선정해 극장 점유에 적극적으로 나선다.20%대 시청률을 올리며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시청률을 올린 MBC ‘아마존의 눈물’도 3월 극장에 걸린다. 유명 배급사 마운틴 픽쳐스를 배급사로 지정했고, 롯데 시네마로부터 극장 제공을 약속받았다.
물론 기존에 TV에 방영된 ‘다큐’가 영화관에 걸린 사례는 있었다. KBS ‘차마고도’, MBC ‘북극의 눈물’, SBS스페셜 ‘용서, 그 먼 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 등은 시청자의 성원에 힘입어 극장용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이는 팬 서비스 차원이었지, 상업적 수익을 고려해 본격적으로 배급을 펼친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변화는 요즘의 ‘다큐’가 천문학적인 제작비와 극적인 서사 등 흥행 요소를 고려해 제작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공룡2’는 전작에 비해 3배가 넘는 총 7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이미 16억원이 투입된 ‘아마존의 눈물’도 3D 변환 분량에 따라 최대 10억원이 추가로 든다.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 볼거리를 보장한 것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흥미로운 소재도 흥행성을 높인다.
‘한반도의 공룡2’를 제작한 한상호 PD는 “공룡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다 좋아하는 보편적인 소재여서 (대중에게)먹힌다고 생각했다. 또한 애초 영화제작을 염두에 두고 스토리를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눈물’ 김진만 PD는 “방송에서 모자이크로 가리거나 편집된 부분 등을 여과 없이 드러내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는 이제 ‘다큐’는 수익 창출의 구실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외 영화제 출품용이 아니라 흑자 경영의 효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시준 EBS PD는 “극장용 다큐는 TV용보다 홍보 효과도 크고 흥행몰이 요소도 많다. 수익 창출 면에서도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만 PD는 “기존의 한국 다큐는 잘 팔리지 않았는데 다큐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 이후로 물꼬가 트이고 있다. 이제 다큐도 ‘원 소스 멀티 유스'의 개념이다. 국내 방영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해외 방송사·영화판 등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