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양주시 박영호-희준 형제] 몸 불편한 할아버지 자상한 뒷바라지

입력 2010-02-19 20:03


“성적 뛰어난 희준에 학업 도와줬으면…”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박영호(15)와 초등 6학년이 되는 희준(13) 형제에게는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1998년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 영호는 세 살이었고, 희준은 엄마 뱃속에 있었다. 어머니는 유복자로 태어난 희준이가 젖병을 떼기도 전에 호적까지 정리하고 자식들을 떠났다. 이후 엄마는 아이들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이들도 엄마를 기다리지 않는다.

형제는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방성리 250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6년 전까지는 다른 지방에서 일했고 요즘도 가까운 식당에 다니고 있어 할아버지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할아버지는 의정부에서 택시운전을 하다 92년 교통사고를 당해 1년여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생사를 넘나들다 깨어났다. 지금도 후유증으로 고생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영호 형제의 어머니는 함께 살던 당시 생계비를 벌겠다고 인근 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냈다가 보증금을 날렸다. 이후 남편의 사망 보험금 1억여원을 모두 가져가 남은 가족들은 지금까지도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호군은 이웃 유치원장의 도움으로 유치원에 다니면서 이상증세가 감지됐다. 아무 것도 가르칠 수 없을 정도로 주위가 산만했던 것. 어렵사리 대학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은 결과 엄마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때부터 할아버지는 산과 들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뛰어놀게 하는 등 치료를 위해 애를 썼다. 한때 증세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수업시간에 멍하게 딴 데만 쳐다보는 증세는 고쳐지지 않았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교과내용이 점점 어려워지자 아이가 더 의기소침해지는 것 같아 할아버지는 늘 안타깝다.

그나마 희준이가 반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는 게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있다. 할아버지는 “아이가 궁금한 게 있어 물어볼 때 대답을 못해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누군가 아이들의 공부라도 가끔 돌봐주면 의지도 되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주=글·사진 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