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봄이면 찾아오는 황사, 인공비로 해결 가능?
입력 2010-02-19 17:38
봄철 불청객 황사를 ‘인공 비’로 해결할 수 있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기상청과 ‘기후변화 공동 대응 업무 협약’을 체결하면서 “황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인공 강우로 서울 시내 미세 먼지를 씻어 내도록 하는 것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장기호 박사는 19일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지금까지의 몇 차례 실험결과 아직 실용성을 얘기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지난해 초 실시한 인공증우 실험에서 국내 처음으로 인공 비를 내리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강원도 용평 스키장과 태백시 광동댐을 목표 지역으로 두 차례(2월 23일, 3월 30일) 인공증설(증우) 비행 실험을 실시한 결과, 태백에서 3월 30일에 20분간 0.5㎜의 증우 효과를 얻었다. 장 박사는 “하지만 대기에 떠 있는 황사 먼지를 씻어 내려면 2㎜의 빗방울이 떨어져야 하는데, 현재 국내 실험 항공기 성능의 한계 등으로 인해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인공 강우의 원리를 알려면 먼저 자연 상태의 비가 내리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구름은 20㎛ 지름의 아주 작은 물방울인 ‘구름 입자’로 이뤄져 있다. 이들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보다 위로 띄우는 부력이 더 크기 때문에 구름 입자는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구름 입자가 땅으로 떨어지려면 중력이 부력보다 더 커야 한다. 보통 구름 입자 1000만개 이상이 합쳐져 2㎜의 빗방울이나 1∼10㎝의 눈송이가 되면 중력이 부력보다 커져 땅으로 떨어진다. 계산에 따르면 순수한 구름 입자만으로 빗방울이나 눈송이가 되려면 습도가 400% 이상이어야 한다. 즉 구름 입자만으로 비가 내리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습도가 100%만 돼도 비가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구름 입자가 서로 뭉치는데 도움을 주는 물질(구름씨)을 구름 주변에 뿌려 주면 된다. 흔히 요오드화은(AgI)이나 드라이아이스, 액체질소 등이 쓰인다. 비행기를 통해 기온이 영하권인 높이(대개 3㎞ 이상)까지 올라가서 이런 물질들을 뿌리면 주변의 물방울 입자가 달라붙어 응결되며 떨어지는 과정에서 녹아 비가 되는 것이다.
인공 강우에 성공했다고 비를 다스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공 강우는 수증기를 포함한 적절한 구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 지금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인공 강우량도 10∼20% 정도 증가시키는 정도에 그쳤다. 게다가 지금 국내 실험에 쓰이는 임대 비행기는 고도 3㎞ 이상 날기 어려워 정작 황사가 잦은 봄에는 인공 강우 실험을 하기가 어렵다는 게 기상청의 입장이다. 인공 강우를 통해 서울의 공기 질을 개선하는 데는 이래저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