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내 아이 준비 0순위는 ‘시간 개념’

입력 2010-02-19 17:39


“엄마 며칠 남았어요? 학교 빨리 가고 싶은데….”

서영(8)이는 지난달 27일 예비소집에 다녀온 뒤부터는 저녁마다 엄마 정선이(35·서울 마장동)씨에게 묻는다. 서영이가 ‘컴퓨터도 많고 책도 많은 학교’에 갈 꿈에 부풀어 방실방실 웃을 때마다 ‘초보 학부모’ 정씨는 걱정이 커진다.

“서영이가 내성적이어서 학교에 적응을 잘할지, 이웃동네 유치원을 다녀서 친한 친구가 없는데 왕따를 당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많습니다.”

정씨는 또 담임선생님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할지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첫아이 초등학교 보내기

서울 창3동 신창초등학교 민부자 교사는 “등교를 열흘 남짓 앞둔 이즈음 꼭 챙겨할 것은 시간개념 익혀 주기와 내 물건 정리하기, 공공시설이용방법 알려 주기”라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가장 모자란 것이 시간 개념이다. 시작종이 울렸는데도 운동장에서 계속 놀기도 하고, 종소리를 듣고서야 화장실에 가는 아이들도 있다. 시계 보는 법을 가르쳐 주고, 40분 수업 뒤에 10분 쉴 때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집에서 40분 정도 앉아서 책을 보도록 연습시키는 것이 좋다.

유치원 때 아이 물건, 준비물 등을 부모가 챙겨줬다면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는 아이 스스로 하도록 지도한다. 가방을 싸고, 풀어서 학용품들을 제자리에 놓는 것을 연습시켜보자.

일부 학교 화장실은 화변기를 쓰고 있다. 화변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화장실에 가지 않고 버티다가 옷에 실례하기도 한다. 학교 화장실에 미리 들러 변기 형태를 살펴 화변기라면 이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물 내리는 법, 휴지 휴지통에 버리기 등 꼭 지켜야 할 사항을 일러 준다.

서울 수서동 왕북초등학교 김세령 교사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학교생활에도 적응하기 어렵다”면서 “입학하기 전 자녀의 교우관계를 눈여겨보라”고 강조한다. 아이 친구나 또래 3,4명을 집으로 초대해 먹을 것을 챙겨준 다음 어떻게 노는지 지켜보면 아이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김 교사는 “현장에선 절대 개입하지 말고, 아이들이 간 다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주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아이들이 장난으로 툭툭 칠 때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그 아이가 너를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장난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고, 자기 물건에 손댔을 때 무조건 소리를 지른다면 “그러면 친구들이 싫어할 텐데 그러지 말고 ‘물건을 만지지 말라’고 좋게 말하라”고 일러 준다.

초보학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담임교사와의 관계에 대해서 교사들은 “담임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가르치려고 애쓰는 점에서 부모와 같다”면서 “아이들의 문제를 가장 편하게 의논할 대상으로 여기라”고 입을 모았다. 민 교사는 “아이의 특징, 특히 단점이나 문제점을 담임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 아이 지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유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집중을 잘 못할 때 미리 알려 주면 담임이 이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

김 교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아이의 학교생활도 마찬가지”라며 “학기 초에 열리는 학부모총회는 맞벌이부모라도 꼭 참석하라”고 당부했다. 담임의 학급 경영마인드, 특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부득이 참석 못해 개인면담을 하고 싶을 때는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메일, 알림장 등을 통해 면담시간을 잡도록 한다. 불쑥 찾아가는 것은 예의도 아니거니와 헛걸음하기 쉽다.

김 교사는 “학기 중 간혹 교사가 먼저 면담요청을 할 때가 있는데, 이때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므로 부담 없이 꼭 가서 상담하라”고 했다. 이때 ‘봉투’ 등 선물을 들고 가는 것은 아이에게 마이너스라는 것이 김 교사의 조언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또 생겨도 담임은 부담이 돼 부모와 의논을 미루게 된다는 것.

‘초등 1학년 엄마의 12달’의 저자 김혜원씨는 “4년 전 첫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 궁금하고 모르는 게 많아 답답했었다”면서 “아이가 초등 1학년이면 엄마도 초등 1학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초보 학부모들에게 “엄마 네트워크를 만들라”고 권했다. 특히 맞벌이부모라면 꼭 필요하다. 같은 반 엄마에게 숙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볼 일도 생기고, 비 오는 날 우산을 갖다 주라고 부탁할 상황도 생기게 마련이다. 첫 학부모총회가 가장 좋은 기회이다. 대부분 처음 만나는 엄마들이므로 서로 인사를 하고 연락처를 챙긴 뒤 가끔 모임도 갖고 문자도 주고받으면서 친목을 다지도록 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