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100여일 앞으로… 세종시에 묻힌 쟁점 미소띤 현역, 울상된 도전자

입력 2010-02-18 18:55


6·2 지방선거가 18일로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종시 ‘블랙홀’이 4년 만에 찾아온 선거까지 집어삼키면서 선거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세종시 때문에 선거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인지도가 높은 현역 단체장들은 한층 더 유리해진 반면 도전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최근 서울시내 철도 지하화 및 초등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내놨다. 철도 지하화는 서울 25개 구(區) 중 12곳이 관련돼 있어 크게 이슈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야권이 요구해온 초등학교 무상급식 문제도 여당 후보로서는 파격적 공약이어서 당내에서 이념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역시 눈길을 끌지 못했다.

원 후보 측은 “당내 대항마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잘잘못을 비판하고 대안을 발표하면 논란이 일어야 하는데 언론이나 당내에서 전혀 그런 활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세종시 때문에 현역 단체장에 대한 실책이 묻히는 꼴”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때문에 선거일정 자체도 늦춰지고 있다.

여당의 경우 4년 전에는 선거를 100여일 앞두고선 각 후보들이 지역 당협위원회를 돌면서 선거운동을 한창 벌였지만, 요즘은 후보들이 당협에 찾아가면 “세종시로 당이 흔들리는 판국에 무슨 선거 타령이냐”며 만남 자체를 꺼린다는 것이다. 각 후보 진영에서 선거를 돕겠다는 의원들 역시 세종시 힘겨루기에 차출돼 후보 캠프 활동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4년 전에 비해 대체로 1개월 정도 선거 프로세스가 늦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에선 세종시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의도했든, 안했든 여권에 유리한 선거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이계안 전 의원 측은 “정부와 여당이 함께 세종시 국면을 오래 끌고 가면서 결과적으로 야권이 제기하는 현 정부와 현역 단체장들의 실정이 파묻히는 효과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서울시장 도전자들은 좀 나은 편이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선거 열기가 더욱 꽁꽁 얼어붙어 있다. 경기지사에 출마하는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 측은 “몇 개월간 준비한 정책을 발표해도 아무도 모른다”며 “선거운동을 다녀도 유권자들이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될지 더 관심이 있지, 후보가 출마한 것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신인이나 기초단체장 출마 예비후보들은 사정이 더 어렵다고 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