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민노당원 명부 조사 의뢰… 선관위 “영장없어 불가”

입력 2010-02-18 22:05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무원의 정치활동 혐의에 대한 경찰의 직권조사 요청을 거절했다. 수사 대상자의 당원 가입 시점 등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고심에 빠졌다.



선관위는 18일 “범죄 수사에 의한 당원 명부 조사는 영장이 필요한데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지 않아 직권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금융거래 조회도 선관위 자체적인 필요에 따라 하는 것으로, 타 기관으로부터 범죄 수사를 의뢰 받아 조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영장 없이 당원 명부 조회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이중당적이나 당을 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당원 수가 부족한지를 파악할 때 등에만 해당된다는 것이 선관위 입장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6일 수사 대상자 292명의 당원 여부와 가입 시기, 후원금 액수, 수사 대상자 외 다른 공무원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선관위에 의뢰했다. 또 조사 결과를 경찰에 통보하든지 선관위가 직접 고발해 줄 것도 요청했다.

당원 명부가 담긴 민노당 서버 등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이 찾아낸 우회로가 선관위 직권조사다. 그러나 이마저 실패로 끝나 경찰은 당원 명부를 조회할 수 있게 선관위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선관위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부서에 공문을 보내는 등 실수를 연발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경남 창원이 지역구인 권영길 민노당 의원의 후원 계좌를 비롯해 당 계좌 24개의 신고 여부를 중앙선관위에 요청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 선관위에 후원회 계좌를 신고하기 때문에 중앙선관위가 확인할 수 없다.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경찰은 다시 공문을 준비 중이다.

경찰은 또 직권조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도 지난 16일 정치자금과에 공문을 보냈다가 뒤늦게 담당 부서인 지도2과에 다시 보냈다.

한편 민노당 가입과 당비를 납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 위원장은 2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양성윤 위원장은 26일 영등포서에 출석할 예정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