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에 밀려나는 교회들… 성도 이탈 속 돌아갈 길 막막
입력 2010-02-18 18:28
원주민처럼 뿌리 내렸는데 분양가는 보상금의 최대 4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택개발 사업을 하면서 토지보상금보다 몇 배나 되는 금액으로 종교용지를 분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원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교회가 몇이나 된다고 보십니까. 택지개발로 교인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중소형 교회는 다시 상가교회로 전락해요. 이건 교회에 재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뉴타운 개발로 공중분해되는 임차교회 못지않게 택지개발 때문에 밀려난 교회도 생사의 기로에 내몰린다.
택지개발지구 내에 위치한 교회는 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상금을 받고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개발 과정에서 수용된다. 문제는 택지개발 후 조성된 종교용지 가격이 보통 보상금의 3∼4배나 된다는 것.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르면 학교는 무상으로, 원주민에게는 조성 원가의 70%로, 교회는 100%, 나머지는 감정가격이나 경쟁 입찰로 분양된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에 위치했던 과천제일교회는 4년 전까지만 해도 1064㎡의 교회와 사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6년 7월 대한주택공사의 국민주택 단지 개발로 보상을 받은 뒤 과천 4단지 상가건물에 임시 예배처소를 옮겼다. 교회는 관양동으로 돌아갈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최근 불안감에 휩싸였다.
허벽 담임목사는 “확정된 건 아니지만 조성원가가 3.3㎡당 750만원이 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면서 “13억원을 보상받았는데 분양가를 750만원으로만 해도 토지가격이 22억5000만원을 넘는다. 건축비까지 따진다면 우리 형편에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허 목사는 “수십년간 교회가 지역사회에 뿌리박고 주민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원주민처럼 대우해 달라는 게 우리의 주장”이라면서 “만약 이것마저 무산되면 결국 상가교회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양관양지구뿐 아니라 경기도 고양 삼송지구와 향동지구에 편입된 교회들도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개발 과정에서 교인들이 외부로 빠져나간데다 종교부지 가격마저 터무니없이 높게 나왔다. 참다못한 삼송지구 목회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법적 대처에 나섰다.
삼송신도시 종교단체연합대책위원회 회장 양경진(세계로교회) 목사는 “교회를 능곡으로 옮겼는데 28년간 신앙생활을 같이 했던 장로가 ‘이제부턴 교회에 못 나오겠다’고 하더라”면서 “택지 개발로 성도들이 50% 이상 떨어져나가다 보니 목회 의욕마저 떨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양 목사는 “보상금은 쥐꼬리만큼 주고 종교용지 분양가를 눈덩이처럼 크게 해서 받으면 우리 같은 작은 교회는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조성원가의 70%로 종교용지를 받게 해달라며 종교용지 분양절차 금지 가처분 소송과 종교용지 조성원가 공급가격 인하조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택지개발 담당자는 “택지공급 가격엔 상하수도와 전기시설 등 기반시설 구축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보상가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면서 “교회만 특별히 원가를 낮추면 사회복지시설 등 유사 시설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부족분만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관양지구 담당자도 “종교용지 가격이 높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무조건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