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중계권 전쟁에 방통위는 팔짱… SBS 올림픽 단독 중계 미숙, 시청자 알 권리 충족 못시켜

입력 2010-02-18 18:04


전 국민적 축제의 장이 돼야 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를 놓고 공중파 3사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 KBS와 MBC는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한 SBS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 SBS는 올림픽 중계권료를 놓고 케이블업계와 밀고당기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업계 자율에 맡긴다며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팔짱만 끼고 있어 사태는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채널 선택권을 박탈당한 시청자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시청자들은 KBS와 MBC가 쇼트트랙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정수 선수의 소식을 단신으로 축소 보도하는 바람에 알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두 방송사는 동계올림픽의 취재권이 없는 상태다. 결국 시청자는 동계올림픽의 중계, 보도 등 모든 것을 SBS에 의존해야 한다. SBS는 지상파와 계열 케이블 채널을 포함해 최대 618시간 35분을 편성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에 일장기 표시, 감탄만 연발하는 미숙한 해설, 복잡한 자막 등 중계에 미숙함을 드러내 타사의 올림픽 중계를 보기 원하는 시청자의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KBS와 MBC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미 동계올림픽 중계는 손을 쓸 수 없는 형국이나 남은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 협상만은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도영 MBC 스포츠국 부장은 “3일 전에만 타결이 됐다면 어떻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올림픽이) 이미 시작을 해버려서 어쩔 수 없다. 지금 단계에서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서 더 확실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사는 방송사 간 분쟁을 방관한 방통위에도 서운함을 드러냈다. 배재성 KBS 스포츠제작 팀장은 “방통위에서 전혀 중재를 안하고 있다. 강제할 수 없는 법규도 미약하다. 방통위가 권고할 권한은 있는데 그마저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방통위는 올림픽 중계권 문제는 업계 자율에 따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안덕기 방통위 방송운영총괄과 사무관은 “NHK를 중심으로 민간방송사가 협력하는 일본의 경우도 결국은 업계 자율에 의해 잘 지켜지는 것이다. 중국은 완전 경쟁체제이고 영국도 지상파에 우선권을 주지만 기본적으로 자율에 맡긴다”면서 “한국은 중계권 관련 법도 있고 제도도 있고, 공동 풀도 있는데 방송사들이 돌아가면서 풀을 어겼기 때문에 업계 자율이 흐트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방통위는 양사가 SBS를 방송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사건의 조사에 들어갔지만 판단의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태여서 난항을 겪고 있다. 법에는 정당한 중계권 구매과정에 대한 세부 기준이 없고, 재판매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대해서도 명시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자율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는 제도의 완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정부가 제재를 가하는 방법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정부가 권고 조치 등을 통해 얼마든지 개입할 여지가 있다. 여론을 고려해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