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비로 司試 준비하는 경찰대학생

입력 2010-02-18 18:07

경찰 간부를 양성하는 국립 경찰대학의 학생들이 사법시험 공부에 몰두하고, 합격하면 대부분 법조인으로 전향하고 있어 문제다. 학교 수업과 사시(司試) 과목이 많이 겹쳐 공부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2학년 이상 학생의 25% 가량이 사시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1981년 설립 이래 작년까지 87명이 사시에 합격했지만,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55명 중 경찰에 남은 사람은 10명 안팎이라 한다.

경찰대는 대입 수험생 중 1% 안에 드는 수재들이 가는 곳이다. 국가는 학생에게 학비와 기숙사비를 면제해 주고 교재와 옷, 품위유지비까지 지급하고 있다. 국민 역시 장래 사회 질서유지와 안전을 책임질 인재들에게 세금이 사용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경찰대생의 사시 합격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장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이뤄지고 미국의 연방수사국(FBI) 같은 선진 수사기구가 설립될 때를 대비한다면 경찰에도 전문적 법률지식을 갖춘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사시에 합격한 경찰대생을 일반 졸업생보다 두 계급 위인 경정으로 임용하는 것도 쓸모가 큰 인재를 대우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더 나은 신분과 수입을 위해 판·검사 또는 변호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경찰대가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일부 학생의 고시원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경찰대생의 사시 응시에 조건과 제한을 두어 경찰대 본래의 교육 목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경찰대생은 졸업 후 6년간 경찰에 의무 복무해야 하나 사시 합격자들은 4년간 학비 약 2700만원만 상환하면 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는 판·검사나 변호사로 전직했을 때 얻는 이익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경찰 제복 대신 꼭 판·검사나 변호사가 되겠다면 학비뿐 아니라 이들에게 들어간 국민 세금 일체를 상환하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 조직 상층부에 몰리다 보니 선배들의 치열한 진급 경쟁을 보고서 사시 공부에 열을 올리는 경찰대생도 있을 수 있다. 경찰의 유능한 인재들이 수사나 보안, 외사 같은 특정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등 경찰 조직의 제도적 쇄신도 같이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