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 ‘김무성案’ 검토해볼 만하다
입력 2010-02-18 18:07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세종시 논란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수정안파’와 ‘원안파’로 양분돼 배수의 진을 친 채 상대를 물어뜯는 데 혈안이다. ‘밀어붙이겠다’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양쪽 간 싸움에서는 자기가 살아남기 위한 길은 오직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밖에 없다는 광기마저 느껴진다. 때문에 세종시 논란의 끝은 대충돌뿐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행정부처 이전과 관련한 양측 입장 역시 평행선이다. 여권 주류인 ‘수정안파’는 행정의 비효율성을 들어 세종시로의 일부 행정부처 이전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와 야당 등 ‘원안파’는 여야 합의대로 일부 행정부처를 세종시로 반드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도 양보할 기색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절충안을 제시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그리고 업무 성격이 독립적인 감사원 등 7개 기관을 세종시로 보내자는 것이 요지다. 정부의 수정안에 7개 국가기관 이전이라는 ‘알파’를 추가한 것이다.
김 의원은 고민 끝에 나온 개인적 아이디어라고 밝혔지만, 수정안파와 원안파의 명분이나 실리를 크게 해치지 않고 양쪽 입장을 절묘하게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정안파는 일부 행정부처를 이전하자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원안파는 독립기관 이전으로 여야 합의정신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각각 흥미를 가질 법하다는 얘기다. 국가기관 이전은 충청지역 주민들의 상실감을 보듬는 역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따라서 김 의원의 절충안은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꽉 막혀있는 세종시 정국에 어떡해서든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절충안이 나왔다고 박 전 대표, 야당이 기존 입장을 갑자기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즉각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이익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김 의원의 제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