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銀 총재 인사청문 바로 시행하라

입력 2010-02-18 18:01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강봉균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한나라당을 포함한 재정위 소속 의원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17일 국회 답변에서 찬성 입장을 밝혔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일리가 있다는 입장을 두 차례나 피력했다.

비록 퇴임을 앞뒀지만 현직 총재가 찬성하고, 금융재정 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 장관이 수긍하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치 않아 보인다. 국회는 일정을 서둘러 이번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마무리하고 차기 총재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중앙은행은 경제의 혈액인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면서 경기가 과열이나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위기 때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는 마지막 안전판 역할도 해야 한다. 그 수장인 총재는 전문성과 안목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고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덕목 또한 필수적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인 현 제도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어찌 보면 장관은 물론 국무총리보다 인사청문회가 더 필요한 직책이 한은 총재다. 국민이 지금 느끼고 있듯 총리는 한은 총재만큼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 총재는 심지어 의회 인준투표까지 거쳐야 한다.

이에 반대하는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청문회가 능력검증보다는 흠집내기로 흐를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물론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만약 한나라당이 야당이 되더라도 같은 이유를 들어 반대할 것인지 묻고 싶다.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는 정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길이다.

차제에 4년으로 돼 있는 총재의 임기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10년 이상 장수하는 데 비해 우리는 역대 23명의 총재 중 연임은 김성환 총재(1970∼78) 한 명뿐이다. 독립성 강화를 위해서는 임기를 늘리든지 연임이 자연스러운 풍토를 만들든지 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