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메달레이스' 뒤엔 기도가 있었다

입력 2010-02-18 18:35

[미션라이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계속되는 낭보 뒤엔 두 사람의 기도가 있었다. 첫 메달 소식을 전한 이승훈(22·한체대·5000m 은메달) 선수와 ‘좋아요 해설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갈성렬(39) SBS 해설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 선수는 할머니 때부터 서울 창신동 창신성결교회(이종복 목사)에 출석한 3대째 신앙 가문에서 성장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시합 전후 기도와 묵상으로 평안을 얻는 ‘기도하는 선수’다.

아버지 이수용(52)씨는 아들이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을 때의 방황이 이번 결실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교회에도 안 나가고, 기도도 안 하는 듯 보여 걱정했는데 곧 스스로를 바로잡고 단련하더라는 것. 이미 중심에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씨는 평했다.

은메달을 딴 14일 경기 직전 아들과 통화할 때도 이씨는 굳이 여러 말을 하지 않았다. “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순리대로 풀어가면 된다고만 했어요. 말 안해도 승훈이가 다 알고 있으니까요.”

1990년대 한국 빙속의 간판 선수에서 밴쿠버의 인기 해설자로 변신한 제갈 위원은 이번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기도로 후원하는 정신적 멘토이기도 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출신으로 현재는 가족과 함께 순복음의정부교회(박종선 목사)에 출석중인 제갈 위원은 최근까지 12년간 교회학교 교사로 일했고 미혼인데도 집사 직분을 받았을 만큼 신앙이 두텁다. 장로인 아버지, 권사 어머니, 찬양 인도자인 동생 등 가족들도 신앙생활에 적극적이다.

18일 오전 모태범 선수의 1000m 은메달 획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전화로 인터뷰했을 때 제갈 위원은 “선수들을 위해 늘 기도하고 있다”면서 “저희 어머니께서도 1000일 가깝게 새벽기도를 나가시며 저와 선수들을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이어서 “사실 제 결혼에 대한 기도제목도 있으시지만요”라고 귀띔하며 웃었다.

제갈 위원은 선수 시절 알베르빌(1992), 릴리함메르(94), 나가노(98) 동계올림픽 연속 출전, 96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500m 금메달 등, 쇼트트랙에 비해 열악했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 속에 유독 우뚝한 성적을 내왔다. 그런 만큼 후배들에게 영향력이 크다. 또 자신이 감독으로 있는 춘천시청 소속 이상화 선수가 500m 금메달을 땄을 때 중계석에서 눈물을 흘렸을 만큼 선수들에 대한 애정도 크다.

그렇지만 선수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도하지는 않는다. 지도자 입장인 만큼 행여 선수들에 부담을 줄 까봐서다. 대신 태릉선수촌교회 윤덕신 전도사의 활동을 돕는 등 선수들의 구원을 위해 간접적으로 노력한다.

다만 역시 춘천시청 소속인 이규혁 선수는 중학교 1학년일 때부터 꾸준히 전도를 해 지금은 힘들 때 선수촌 교회에 나가 기도하는 정도까지 신앙의 불씨를 지펴 놓았다면서 “이번 올림픽에서도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하는 것 잊지 말라’고 해주니 안심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태릉선수촌교회 윤 전도사는 “밴쿠버에 입성하기 전 제갈 감독과 이승훈 이규혁 선수와 함께 두 번 예배를 드렸다”면서 “늘 선수들을 위해 기도하는 제갈성렬 위원과 빡빡한 연습 일정 속에서도 함께 기도모임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는 두 선수 등은 모두 믿음의 용사들”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