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사막 레이스 1,051km 완주 ‘무한도전’

입력 2010-02-18 17:47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김효정/일리

이집트 사하라사막, 중국 고비사막, 칠레 아타카마사막, 그리고 남극에서는 ‘철인(鐵人)’들의 레이스가 열린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철인들은 7일 동안 250㎞(남극은 40㎞) 안팎을 달리거나 걸으며 인간의 한계에 맞선다. 눈도 뜨기 어려운 거센 모래바람,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 극심한 추위 등에 맞선 무한도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영화 프로듀서 김효정(34)씨의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일리)는 사막과 남극 등 극지에서 열리는 레이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계 5대 사막 레이스(총연장 1051㎞)에 참가해 겪은 일들과 레이스를 하며 느낀 생각,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의 나눈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김씨는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불모지라는 의미에서 지구상 마지막 사막으로 불림) 등 4곳에서 열리는 레이스를 완주해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래머’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여성으로는 아시아에서 처음이고, 세계에서는 세 번째다.

평범한 영화인인 김씨가 사막 레이스의 세계로 빠져든 것은 중국 중웨이 사막에서 영화 ‘무사’를 촬영하던 2000년 여름이었다. 영화사 싸이더스FNH 제작부 막내였던 그는 40대 중반의 한 은행원이 사하라사막마라톤(244㎞)을 완주하는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았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김씨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슴이 두른거렸다. 나도 사막을 달려보고 싶다는 강렬한 생각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체력훈련 등 2년 간의 준비를 거쳐 그는 2003년 4월 마침내 모로코에서 열린 사하라사막마라톤 출발선에 섰다. 참가자 671명 가운데 626등으로 완주했고, 그보다 늦게 들어온 이는 7명 뿐이었지만 중도포기(38명)하지 않은 것 만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내친 김에 2년 뒤 중국 고비 마치(253㎞), 2006년 7월에는 칠레 아티카마 크로싱(254㎞), 이듬해 10월에는 이집트에서 열리는 사하라 레이스(260㎞)에 참가했다. 2008년 11월에는 남극 루버빌섬 등에서 열린 남극 레이스에 도전해 완주했다.

김씨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사막 레이스를 통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한 발만 내디디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제는 무엇을 해도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영화 프로듀서로 새출발해 최근 영화사 ‘꿈꾸는 오아시스’를 설립한 김씨는 사막 레이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영화에 본격적으로 매달려 볼 생각이다. 김씨는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면 사막 레이스에 다시 참가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영화가 우선”이라며 “세상 사람들이 가슴 뛰는 삶을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