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처럼 클린에너지·일자리 만들 것”… 美, 30년만에 원자력발전소 짓는다

입력 2010-02-17 18:54

미국이 다시 원자력 발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30년 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노조교육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조지아주 버크 카운티에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건설하고, 연방정부가 80억 달러 규모의 대출보증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방사능 유출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방사능 유출에 대한 공포감과 환경론자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지난해 출범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정부의 대출보증 지원 확대와 기술 투자 등 원자력 발전소 건설 지원책을 약속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31개 주에 걸쳐 104개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 에너지이자 대체 에너지인 원자력과 태양광, 풍력 등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갖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 원자력은 일종의 전략적 아이템이다. 그는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원전이든 태양력이든 풍력이든 미래기술에 투자하지 않으면 장차 우리가 수입해야 할 처지로 전락할 것”이라며 “우리가 뒤처지면서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56기 가운데 21기가 중국에서, 6기가 한국에서, 5기가 인도에서 건설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는 원전에서 일자리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신기술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개국을 잠재적인 원자력 경쟁국으로 지목한 것이다.

원전 건설 배경에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천 개의 건설 일자리와 800개의 영구적인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3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안전하고, 깨끗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라고 말해 원자력 발전 계획을 확대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와 연관성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처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선 원자력 에너지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한도와 탄소배출권 거래제(cap-and-trading system) 도입 등 민주당 정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 법안 내용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따라서 공화당과 이해 단체들의 반발로 답보상태인 기후변화 입법안의 초당적 처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해법을 만들어내기 위해 공화당과도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원자력 발전 계획과 관련한 초당적 협조를 공화당에 촉구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