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기·지점 없어도 금융위기 태풍에 꿋꿋… 美 노스다코타銀 떴다
입력 2010-02-17 20:52
현금인출기도 없고, 신용카드도 발급하지 않고, 지점도 없고, 미주리강변 증기선 모양의 유리건물 달랑 한 채뿐인 은행. 미국 유일의 주립은행인 노스다코타 은행(BND)이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금융기관이 바로 BND라고 AP통신이 17일 전했다. 주지사 선거를 앞둔 플로리다와 오리건, 워싱턴 주에선 노스다코타 은행을 벤치마킹해 주립은행을 설립하자는 공약까지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미시간·뉴멕시코·오하이오 주에서도 “어떻게 경영하는지 궁금하다”며 자료를 요청했다. 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 은행을 소개하면서 “50개 주에 모두 주립은행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ND는 1919년 1차 세계대전 중에 설립됐다. 전쟁 중 물가가 치솟자 당시 주정부를 이끌던 사회당이 노스다코타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노스다코타 주정부가 100% 예금을 보증하며, 농업 자금을 저리로 대출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고리타분한 은행이 지금 주목받는 건 세계 금융위기 와중에도 흑자를 기록하면서 노스다코타 경제에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정부가 100% 예금을 보증하기 때문에 연방예금보험공사에 수수료를 낼 필요도 없고, 연방세나 주세도 내지 않는다. BND는 대신 주정부의 재정기금과 일반 예금을 유치해 학생·농민·주정부의 대형사업에 일반 상업은행보다 낮은 이율로 대출해주고 있다. 민간 금융조합의 예금을 보증하는 ‘은행의 은행’ 역할도 한다. 노스다코타 인디언 보호구역의 뉴타운 레이크사이드 신용조합 게리 피터슨 대표는 “BND는 지역개발 사업을 위해 때론 위험도 감수한다”며 “대출을 문의하면 ‘어떻게 도울 수 있겠느냐’고 묻지 까다로운 조건으로 지치게 만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나 파생금융상품 거래와는 거리가 먼 BND의 운영방침 덕분에 경영실적도 뛰어나다. 지난해 27억 달러를 대출해 5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등 10년간 3억 달러의 수익을 노스다코타 주정부에 안겨줬다. 덕분에 주정부 재정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실업률은 4.4%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낮다.
에릭 하드메이어 BND 대표는 “사실 오랫동안 다른 주에서도 주립은행을 설립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기대해 왔다”면서 “하지만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쉬울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