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오른 한국선수단 사상 첫 ‘톱5’ 진입 노린다

입력 2010-02-17 21:04


‘2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이 아니라 이젠 역대 최고 성적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박성인(72) 단장은 믿기지 않는 금메달 승전보가 잇따라 날아들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수단 내부에서는 2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에서 역대 최고 성적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16일(이하 한국시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모태범(21·한국체대)이 한국 빙속 사상 116년 만에 첫 금메달을 딴 데 이어 17일에는 이상화(21·한국체대)가 아시아 여자선수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가 되면서 한국의 종합 순위는 수직 상승했다.

한국은 대회 나흘 동안 21개의 금메달이 가려진 17일 현재 스피드스케이팅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로 독일(금 3, 은 4, 동 2개)에 이어 중간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이상화가 모태범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동반 500m를 석권한 오전 한때 하계와 동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중간 순위 1위로 올라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직 대회 기간이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한국 선수단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성적이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 종합 성적은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때 거둔 종합 6위(금 4, 은 1,동 1개)다. 메달 수만 보면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 수확한 총 11개(금 6, 은 3, 동 2개·종합 7위)가 제일 많았다.

하지만 릴레함메르 때는 쇼트트랙에서만 메달을 모두 수확했고, 토리노 때도 스피드스케이팅 동메달(이강석) 외에 모두 쇼트트랙에서 메달을 따 ‘쇼트트랙 잔치’라는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는 쇼트트랙을 위시해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등에서 고르게 메달 사냥을 노리고 있다.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최단거리를 제패한 모태범과 이상화가 각각 18일과 19일 1000m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금메달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추가 메달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선수단의 분석이다.

‘전통의 메달밭’ 쇼트트랙은 18일부터 다시 메달 사냥에 나선다.

남자 1500m 결승에서 비록 예상치 못한 충돌사고가 있긴 했지만 실력만큼은 최강이라는 것을 입증했기에 금메달 레이스를 잇따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는 1000m와 5000m계주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고, 여자 선수들도 중국의 강세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한국선수단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는 점에서 예상 밖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스피드와 쇼트트랙에서 국가별 순위를 잔뜩 끌어올린 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20·고려대)가 금빛 연기를 완성한다면 한국은 역대 최상의 동계올림픽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된다.

선수단은 내심 금메달 최소 8개, 최대 10개를 따 사상 첫 ‘톱 5’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