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88·89년생이 일냈다
입력 2010-02-17 18:43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1988년생 이용대(배드민턴)와 89년생 박태환(수영)이 스타로 등극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예상 밖의 은메달을 따낸 88년생 이승훈과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건 89년생 모태범 이상화 이정수가 일을 내고 있다. 88·89년생들의 전성시대다.
이들 가운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서 새로운 기록을 쌓아가고 있는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는 한국체대 07학번 친구들이다. 89년생인 모태범 이상화 모두 2월생이어서 88년생 이승훈과 같은 학년 친구가 된 것.
모태범과 이승훈은 쇼트트랙을 하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친해졌다. 모태범과 이상화는 서울 은석초등학교 동창으로 어릴 때부터 함께 스케이트를 타러 다니던 단짝친구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일촌 지간으로 모태범은 이상화를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여자’로, 이상화는 모태범에게 ‘곰새끼’라고 표현할 만큼 절친한 사이다.
이상화가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로 남자 선수들과 운동을 해온 것도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매일 서로를 격려하면서 얼굴을 맞대고 동계올림픽을 준비했던 셋은 결국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올림픽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88·89년생인 이들 신세대 선수들의 공통점은 큰 무대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림 없이 자기 실력을 뽐냈다는 점이다. 미래는 더 기대된다. 이제 스무 살을 갓 넘긴 이들이 경험까지 쌓는다면 향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등에서의 맹활약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은 18일 남자 1000m에서 또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1000m가 자신의 주종목인 모태범은 올 시즌 세계랭킹 2위에 올라있어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는 오는 19일 1000m에 출전한다. 500m와 달리 1000m에선 메달권과 다소 떨어져 있다는 평가지만 남자 500m에서 세계랭킹 14위였던 모태범이 예상 외의 금메달을 땄던 것처럼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또 한 번의 메달획득 소식을 전할 수도 있다.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던 이승훈은 오는 24일 1만m에 출전하며,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이정수는 18일 남자 1000m 예선과 5000m 계주 준결승전에 출격한다.
88·89년생들의 눈부신 반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