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새벽 고속道사고 진실은…
입력 2010-02-17 18:44
화물차 운전사 김모(56)씨는 2008년 8월 새벽 4시쯤 갓길에 차를 세우고 화물을 점검한 뒤 다시 도로로 진입한 직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충격을 느꼈다. 뒤쪽에서 달려오던 승용차가 김씨의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승용차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김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 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17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김씨 측이 제출한 증거로 봤을 때 숨진 승용차 운전자의 과실로 볼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김씨는 사고 현장을 토대로 자신의 차량(시속 50㎞)과 승용차(시속 95㎞)의 속도를 분석해 사고 당시 차간 거리를 역산했다. 김씨의 화물차가 갓길을 출발해 주행차로에 들어선 순간 승용차와의 거리는 110.96m였고, 김씨 차량이 사고지점에 이르기까지는 7.65초가 더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사고현장에는 급제동시 생기는 타이어 자국(스키드 마크)과 방향을 바꾼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발견해 증거로 제출했다. 숨진 승용차 운전자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알코올 농도가 면허취소 기준을 넘는 0.108%였다는 점도 김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승용차 운전자가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3차로로 진입하는 피고인 차량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방향을 틀거나 급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졸음운전 등이 주된 원인이 됐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상적인 운전자라면 7.65초 동안 앞서가는 차량을 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