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뒤풀이’ 이제 그만!… 졸업식 시간·방식 확 바꾼다
입력 2010-02-18 00:25
알몸 뒤풀이를 비롯해 비뚤어진 졸업식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졸업식 시간과 형식을 변경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7일 서울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시도 교육청 생활지도 담당 장학관들을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교과부는 평일 낮에 열리는 졸업식을 주말이나 오후 시간으로 변경하고, 졸업식을 음악회·공연 등의 졸업생 발표회로 바꾸는 것을 각급 학교에 권장할 계획이다. 최근 맞벌이 가정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졸업식 시간을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주말이나 오후 6시 이후로 늦추고, 졸업생들이 자신의 실력과 특기를 발표하는 건전한 졸업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다.
교과부는 기독교 대안학교인 링컨하우스스쿨 등을 건전한 졸업식 문화 우수 사례로 보고 있다. 이 학교는 토요일인 지난 6일 오후 2시 졸업식을 열고 학생들의 춤·음악 공연을 선보였다.
교과부는 다만 졸업식 시간, 형식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 각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권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건전한 졸업식 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 방안을 조만간 마련해 발표한다. 또 전국의 중·고교를 대상으로 졸업식 뒤풀이 실태조사를 벌여 불건전하고 폭력적인 사례가 있었을 경우 해당 학교와 가해 학생 등을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알몸 뒤풀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가해 학생들을 조사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라 사회봉사, 심리치료, 퇴학 등 9가지 조치 가운데 적절한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이날 알몸 뒤풀이 사건이 벌어진 경기도 I중학교를 방문해 “세계에서 이 같은 일은 없다”며 이 학교 교장과 교직원들을 질책했다. 안 장관은 “절대로 어린 학생들이 벌인 일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면서 “학생과 대화가 없어 생긴 일이며 학생들이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은 교육당국과 교장, 교사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산경찰서는 17일 가해 학생 20명 중 10명을 불러 조사한 결과 졸업식 알몸 뒤풀이가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해 학생들은 “졸업식 뒤풀이를 며칠 전부터 준비했으며 ‘안 나오면 혼내주겠다’라고 겁을 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18일까지 나머지 15명도 조사를 마친 뒤 검찰과 협의를 거쳐 이번주 안에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그동안 새학기나 학기 도중에 하던 범죄예방교실을 졸업 시즌에 맞춰 집중 운영하고, 중·고교 주변에서 졸업식 2∼3일 전부터 지구대 순찰차와 순찰 요원을 집중 배치해 졸업식 뒤풀이를 빙자한 집단 폭력 사태를 예방하는 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모규엽 기자, 고양=김칠호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