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이긴 질주… 당신이 진정한 국가대표”
입력 2010-02-17 22:36
남자 500븖 모태범 선수에 이어 이상화(21·한국체대) 선수가 17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경제위기에 지쳐있던 시민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심어주는 회복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의 62년 한을 풀어준 두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절친한 동창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쁨과 놀라움은 배가 됐다.
이상화 선수의 경기는 막판까지 아슬아슬했다. 시민들은 가슴을 졸이며 힘찬 역주를 지켜봤고, 금메달이 확정되자 마치 자신이 영광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환호했다.
오전 회의를 미루고 팀원들과 TV를 지켜본 건축설계사 김경은(26·여)씨는 “역주 장면에 눈물이 났다. 이 선수의 허벅지를 보니 금메달은 운이 아닌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부 구현정(42)씨는 “아침에 설거지를 하면서 봤는데 금메달 확정 소식을 듣는 순간 너무 가슴이 떨려 울컥했다. 함께 본 아이도 무척 좋아했다”며 기뻐했다.
그리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 속에서 꿈을 잃지 않고 금메달을 따낸 이 선수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었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취업준비생인 최정환(28)씨는 “정말 감동했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딴 이 선수를 보니 나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의지를 다졌다.
서울역에서 금메달 획득 장면을 지켜본 김지홍(42)씨는 “계속해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는 한국 선수단을 보고 우리나라가 성장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두 선수의 인터넷 미니홈피 등을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축하의 글을 남겼다. “쫄지마 할 수 있어. 도전” “엣지 있게 후회 없이 즐겨”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이 선수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이날 50만명이 다녀갔다.
네티즌들은 방명록에 “퍼펙트한 경기. 당신이 레알 꿀벅지” “얼짱. 진정한 국가대표”라고 적으며 벅찬 감동을 함께 나눴다. 모 선수의 미니홈피에도 네티즌 10만명 이상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모 선수의 미니홈피에는 이 선수와 다정하게 찍은 장난기 어린 사진들이 여러 장 올려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두 선수가 서로에게 “친구야 넘어진 데 괜찮수” “힘내자 친구야”라며 격려하는 문구들도 눈에 띈다. 일부 네티즌들은 둘이 워낙 다정해 ‘금빛 커플 탄생’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엄기영 이경원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