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일로 뒷바라지한 모친 “이쁜 딸 수고했어”
입력 2010-02-17 18:36
이상화 선수의 어머니 김인순(50)씨는 17일 딸의 금메달 소식에 “꿈만 같다”며 “살을 한번 꼬집어 봐야 할 정도”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10시8분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딸에게서 전화를 받은 김씨는 “이쁜 딸 수고했고 돌아오면 제주도에 가자”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선수가 자란 서울 장안동 다세대주택 입구에는 ‘이상화 금메달 획득’이라고 쓴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이 선수의 부모와 오빠, 이웃 주민 등 10명은 16일 오후 8시부터 함께 모여 경기 시간까지 긴장을 풀지 못했다.
아버지 이우근(53)씨는 “어제 통화할 때 딸이 떨린다고 해서 ‘놀러간 놈이 뭘 긴장을 하냐’고 했는데 금메달을 땄다니 자랑스럽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 김씨는 “상화가 ‘4년 전 올림픽에서 5위를 했을 때의 아쉬운 눈물을 기쁨의 눈물로 씻고 올게’라고 했는데 진짜 꿈이 이뤄졌다”며 “시상대에 올라가서 눈물을 흘리는 딸의 모습을 눈물이 나서 잘 보지도 못했다”며 액체 청심환을 마셨다.
특히 오빠 상준(24)씨는 은석초등학교 빙상부 2년 후배인 동생의 금메달 소식에 얼굴 한가득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4∼5학년 때에는 회장기와 백곰기 전국 초등학교 빙상 경기 대회에 출전해 스피드스케이팅 500m와 1000m 부문에서 우승을 할 정도로 실력이 우수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상준씨는 은석초등학교 6학년 때 좋아하던 운동을 접었다. 어머니 김씨는 딸의 훈련비용을 보태기 위해 틈틈이 봉제 일을 했고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 선수의 아버지는 딸이 졸업한 휘경여고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받은 월급 대부분을 훈련비용으로 사용했다.
이 선수는 1년에 한 번 꼴로 캐나다에 전지훈련을 나갔는데 훈련비용만 1000만원 넘게 들었다고 한다. 어머니 김씨는 “상화가 국가대표에 뽑힌 이후에도 대출금을 갚아야 했다”며 “일도 하고 딸 훈련장 데려다주느라 힘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기쁘고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상준씨는 학업에 전념하기로 마음을 굳히면서 “내 대신 하는 거니까 열심히 안 하면 혼난다”고 동생에게 다짐을 받아뒀다고 한다. 상준씨는 “제 성적도 곧잘 나왔지만 지금이야 아쉬움은 없다”며 “동생이 제 몫까지 했잖아요”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