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실제 조달금리보다 높은 ‘코픽스’… 적정성 논란

입력 2010-02-17 20:55


대형은행의 실제 조달금리로 산출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은행권 전체 평균 조달금리보다 1% 포인트 가까이 높아 산정 기준의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첫 공시된 코픽스는 잔액 기준으로 연 4.11%로 한은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총 수신금리 3.18%보다 0.93% 포인트 높았다.

코픽스는 우리·국민·신한 등 9개 대형은행의 평균 조달금리를 가중 평균해 산정됐다. 예금은행의 총 수신금리는 이들 9개 은행 외에 지방은행과 특수은행 등 8곳을 포함, 17개 은행의 평균 조달금리를 한은이 가중 평균해 집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형은행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지방은행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서 코픽스가 전체 은행의 총 수신금리보다 높은 것은 비정상이다. 물론 코픽스가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산정돼 한은 통계보다 한 달이라는 시차가 발생했고, 이 기간 동안 은행들이 연 5%에 가까운 고금리 예금 상품을 대거 팔아 조달금리가 상승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고금리 특판 행사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은행의 조달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의 고금리 특판 행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됐으나 17개 예금은행의 평균 수신금리는 지난해 6월 연 3.54%에서 10월 3.25%, 12월에는 3.18%로 하락했다.

결국 코픽스와 전체 은행의 조달금리 차이는 시차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올 초 은행연합회가 코픽스 산정 기준을 마련하면서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제외한 것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전체 예금의 20% 미만이나 금리는 평균 0.5% 안팎의 저원가성 자금이다. 이 때문에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코픽스 산정 기준에 포함시키면 전체 평균금리가 크게 하락할 것을 우려해 일부러 배제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제외하면 은행의 전체 조달금리가 1% 포인트 안팎의 상승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내줘야 하는 단기자금이어서 장기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데다 거액의 입출금이 수시로 발생하면 금리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어 코픽스 산정 기준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코픽스를 기준으로 한 대출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금리 산정방식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이 이날 출시한 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은 금리변동주기에 따라 최고 0.35%의 금리 차이가 난다. 1년 만기로 대출받을 때 금리변동주기를 3개월로 정하면 금리는 연 4.51∼5.41%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연 3.88%)에 0.63∼1.53%의 가산금리를 더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1년 만기라도 금리변동주기를 12개월로 하면 코픽스 적용 기준이 신규대출이 아닌 잔액기준(연 4.11%)으로 바뀌고 가산금리도 0.75∼1.55%로 높아진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