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세종시 시나리오별 승자는?

입력 2010-02-17 21:08

세종시 수정안이 한나라당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느냐 여부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등 유력 정치인과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 소속 정치인들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일단 당내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될 경우에는 표 결집에 성공한 친이계의 당내 입지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90명 안팎인 기존 친이계 의원에 더해 중립지대에 있는 20∼30명을 흡수하는 데 성공해야 당론이 채택될 수 있다. 친이계가 재적 의원(169명)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 당론 채택에 성공한다면 향후 다른 사안으로 친박계와 세 대결을 벌이더라도 주도권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친이계 의원은 17일 “세종시는 ‘눈덩이 효과’처럼 한번 이겨 놓으면 앞으로는 더 크게 이기고, 지게 되면 다시는 승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당론 채택에서조차 실패할 땐 여권 주류 전체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당장 6개월 가까운 ‘헛소동’을 벌인 책임론이 제기돼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정운찬 국무총리, 청와대 박형준 정무,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등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당 안팎에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중립지대 의원들도 친박계로 쏠릴 개연성이 크다.

수정안이 여당 내 당론으로 채택된 뒤 국회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경우에는 이 대통령의 뚝심이 확인돼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물론 야권이 똘똘 뭉쳐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본회의 통과 실패 시에는 친이계나 친박계 모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론에 거슬러 투표를 하게 될 친박계가 공격에 시달려야 한다. 또 박 전 대표도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아울러 친이계와 주요 인사들 역시 부결이 예상된 상황에서 밀어붙이는 것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선 당론은 채택되지 않고 지루한 공방만 계속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론 채택 단계에서 일찌감치 세종시 운명이 정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즉 친박계도 용인할 만한 절충안이 도출되거나 당론 채택 단계에서 아예 부결돼 이 대통령에게 출구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또 당론으로만 채택한 뒤 여당 내 더 큰 분열을 막기 위해 본회의에는 상정하지 않는 방안도 거론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