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방에 적… 아이패드 열풍 ‘급냉각’
입력 2010-02-17 18:28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잘 나가는 애플이 사방에 적(敵)으로 둘러싸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0’에는 ‘애플 타도’ 분위기가 팽배하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달 출시될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에 대한 시장의 열광도 급속히 식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올해 MWC는 애플과의 전투”라고 17일 전했다. MWC에 모인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일제히 애플 견제에 나선 것이다. KT, AT&T 등 각국의 24개 주요 통신사들은 개막 첫날 애플 앱스토어에 맞서는 ‘도매 애플리케이션 커뮤니티(WAC)’ 창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 노키아 등은 앱스토어 시장을 잡기 위한 차세대 모바일 운용체제(OS)를 앞다퉈 공개했다. 또 단말기 제조사들은 아이폰 대항마로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신제품을 쏟아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가 최근 독자 1114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60%가 “아이패드를 살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또 41%는 “아이패드는 요란한 선전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혹평했다. 아이패드가 처음 공개된 지난달 말 시장의 환호가 눈에 띄게 잦아든 모습이다.
이처럼 미지근해진 반응 때문에 애플이 아이패드 가격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IT 전문지 PC월드는 “현재 가격으로는 올해 판매 목표(100만∼500만대)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한편 애플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MWC 기조연설에서 “모바일 먼저(mobile first)가 새로운 규칙이 됐다”고 말했다. 모든 IT 기기와 서비스가 모바일로 수렴되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애플은 이제 모바일 기기 회사”라고 선언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어떤 기기든 들고 다니면서 손쉽게 인터넷을 쓸 수 있어야 팔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슈미트는 “이제는 모든 면에서 모바일이 최우선이어서 구글 프로그래머들도 데스크톱 PC에 앞서 모바일 버전을 고민한다”면서 “모바일 데이터 시장의 폭발적 증가는 통신사업자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