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 하락·발주 취소… 울고싶은 조선업계

입력 2010-02-17 21:01


“불황기에 수주를 많이 하면 오히려 루저(loser·패배자)다?”

조선업계가 극심한 수주난에 선박가격 하락, 발주취소까지 겹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선박 수주가 선수금 유입으로 현금 확충 등에는 긍정적이지만 선박가격이 올랐을 때를 생각한다면 지금 수주하는 것이 반드시 득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체들은 구조조정과 함께 본업인 조선 대신 신재생에너지 등 비조선 부문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선박금융업체 로이드폰즈는 지난 16일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주문한 컨테이너선 2척 발주를 취소했다. 금액으로는 3억1500만 달러(약 3620억원) 규모다. 한진중공업 측은 “사전에 대비를 하고 있었던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21일에도 2006년 8월23일 수주한 컨테이너선 1척에 대해 선주사가 인도금을 입금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고 제3자에 매각했다.

새로 지은 배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 집계 결과 지난해 1월 1DWT(재화중량톤)당 평균 660달러였던 유조선 가격은 지난달 477달러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건화물선도 716달러에서 557달러로 떨어졌고, 컨테이너선 역시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만716달러에서 1만6396달러로 하락했다.

주요 업체 수주 실적은 ‘0’에 가깝다. 세계 1위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1조3000억원 규모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외에 일반선박 수주는 1척도 없었다. 세계 2위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수주실적이 전무하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가 크게 줄면서 지난해 말부터 700명가량의 조선 부문 인력을 해양, 플랜트 등 비조선 부문으로 배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1년에 150척 정도 수주를 해야 조선 부문이 유지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조직 운영을 유연하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일 노동부에 352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신고했다.

업체들은 또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앞다퉈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파키스탄 YB사와 50㎿ 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매출(21조원) 중 조선 부문이 42.6%일 만큼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해온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인 600㎿ 규모 군산풍력발전 공장을 완공한 바 있다.

교보증권 최광식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수주를 많이 받는 쪽은 루저”라며 “수주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선박이 건조될 2011년 말과 2012년을 생각하면 오히려 할인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