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빙속女帝 이상화 “1월 세계선수권 우승, 연아에 묻혀…” 글썽

입력 2010-02-17 20:49

이상화가 17일 금메달을 딴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내놓은 첫마디는 “믿어지지 않아요. 4년 전(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500m 5위)에는 아쉬움의 눈물이었는데 오늘은 기쁨의 눈물이 나네요”라고 했다. 머리는 약간 노랑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귀걸이도 한 상태였다.

이상화는 1, 2차 레이스 상대였던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에 대해 “지난해까지는 단 한번도 볼프를 이겨보지 못했다. 워낙 잘하는 선수니까 그냥 서두르지만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레이스 때는 내가 볼프를 이겼는데 2차 레이스에서는 내가 볼프보다 늦게 들어와 결승선 통과 이후에도 금메달인 줄 몰랐다. 그런데 감독님이 좋아하셔서 그때 전광판을 보고 금메달인 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상화는 지난달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500m·1000m 종목만 진행)에서 처음으로 볼프를 누르고 개인 종합 금메달을 땄다. 한국 여자 선수가 이 대회에서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상화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곧바로 피겨 김연아가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이상화 이름은 묻혀졌다. 이상화는 “그동안 피겨나 쇼트트랙에 가려졌던 스피드스케이팅의 설움도 생각났다”고 했다. 이상화는 인터뷰 중에도 가끔씩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이상화는 휘경여고 재학 중이던 2004년부터 태극마크를 달면서 옛 한국 여자 스케이트 간판 유선희를 뛰어넘을 선수로 주목받았다. 이상화는 여고생 신분으로 출전한 2006 토리노 대회에서 메달을 놓친 뒤 한국체대에 입학했으나 방황도 적지 않았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상화가 대학 1학년 때 본인 진로를 놓고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날 여자 500m 26위에 그친) 이보라보다도 기록이 더 안 나왔다. 월드컵 대회에 나갈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밴쿠버=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