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男선수와 레이스하며 기록단축… 체력퀸 만든다

입력 2010-02-17 20:49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훈련은 단체 훈련과 개인 훈련으로 나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자 스케이터로 등극한 이상화(21·한국체대)는 단체 훈련 때 남자 500m 간판인 대표팀 선배 이규혁(32·서울시청) 이강석(25·의정부시청)과 함께 레이스했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이상화는 본인 주종목인 500m에서 다른 여자 선수들과 격차가 크기 때문에 일부러 이규혁, 이강석과 번갈아 레이스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상화가 여자 선수들과 뛰면 항상 1등일 수밖에 없으므로 마지막 순간까지 더 스퍼트하겠다는 욕심을 짜내기 위해서는 이상화 앞에 누군가 다른 선수가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규혁과 이강석은 500m 기록이 이상화보다 3초 가량 빠르다.

이상화의 개인 훈련은 기술 연마와 체력 단련 2가지로 진행됐다. 기술적 부분에서 우선 빠른 스타트가 필요했다. 이상화는 큰 튜브를 고무밴드로 허리에 묶은 상태에서 앞으로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트 훈련(일명 튜브 당기기)을 밴쿠버 현지에 도착해서도 계속했다.

스타트에서 앞서나가는 선수는 100m 구간 통과 기록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상화는 17일 금메달 레이스에서 이를 입증했다. 이상화는 이날 100m 구간 통과 기록이 1차 레이스 10초34, 2차 레이스 10초29였다. 김 감독은 “이상화의 개인 최고 100m 통과 기록이 10초4 정도인데 오늘은 두 차례 모두 본인 기록을 깨버렸다”고 했다.

이상화는 결승선 통과시 스케이트 날 내밀기 훈련에도 집중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스케이트 날이 반드시 지면에 닿아 있어야 하는 쇼트트랙과 달리 발을 들어 스케이트날을 빠르게 통과시켜도 규정 위반이 아니다. 김 감독은 “이상화가 1차 레이스에서 날 내밀기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2차 레이스 때는 잘했다. 날 내밀기를 잘하면 0.04초에서 0.05초 정도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메달 이상화와 은메달 예니 볼프(독일)의 1, 2차 레이스 합계 기록 차이는 0.05초였다.

이상화의 체력 단련은 강한 지구력을 바탕으로 하면서 순간적인 힘을 집중시키는 능력을 키우는 데 모아졌다. 이상화는 170㎏짜리 바벨을 어깨에 메고 앉았다 일어나는 훈련을 반복했다. 김 감독은 “보통은 외국 여자 선수들도 140㎏ 정도 바벨을 든다”고 했다. 무거운 바벨이 하체를 짓누르는데도 어떻게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은 막판 스퍼트 때 힘이 부쳐 발이 잘 나가지 않는 단점을 극복하게 해준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상화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대비 집중 훈련은 작년 1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상화는 월드컵 3차 대회까지는 볼프나 왕베이싱(중국·동메달리스트)에 0.3초가량 뒤졌는데 4차 대회부터 이들과 기록이 비슷해졌다.

밴쿠버=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