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겨울잠에 빠진 반달가슴곰

입력 2010-02-17 18:41


겨울이 아직 한창인 지금은 곰들이 깊은 겨울잠을 자는 시간이다. 나무구멍이나 바위틈에 마른 낙엽을 깔고 12월경에 들어가 이듬해 3월까지 한번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심지어 똥을 누지도 않고 내내 잠을 잔다. 그동안 곰들은 1분에 70번 뛰던 심박수가 반으로 줄고, 체온도 1도 정도 떨어지며 모든 신진대사가 낮아진다.

춥고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을 살아내기 위해 에너지를 쓰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잠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긴긴 겨울잠을 준비하기 위해 곰들은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부지런히 먹이를 먹어 몸무게를 늘려놓는다. 그렇게 늘린 몸무게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15∼25% 정도 줄어든다.

가장 힘든 이 시기 동안 반달곰 암컷들은 굴속에서 새끼를 낳아 기른다. 임신기간은 200일에서 240일인데, 임신기간이 차이가 나는 것은 수정이 되어도 적당한 때가 될 때까지 착상하지 않는 착상지연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미시기에 관계없이 새끼는 항상 겨울잠을 자는 동안 낳게 된다. 새끼는 보통 한 마리에서 두 마리를 낳는데 갓 태어날 때는 300g 정도밖에 되지 않고 눈을 뜨지도 못한다.

자신은 먹지 못하더라도 어미는 작고 여린 새끼를 끌어당겨 품에 안고 젖을 먹여 길러내며 이듬해 3월이 되어 날씨가 풀리면 2.5㎏ 정도로 자란 새끼를 데리고 굴속에서 나온다. 새끼는 앞으로도 약 4년 정도 어미와 같이 지내면서 산속에서 먹이를 찾는 법, 적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겨울이 한창이던 작년 이맘때 서울동물원에서도 어미 곰이 새끼 곰 남매를 낳았다. 어미는 이리저리 기어 다니는 새끼들을 춥지 않게 앞발로 끌어당겨 꼭 안은채 젖을 먹여 길렀고 3월이 되어서 밖으로 나와서도 새끼들을 살뜰히 보살폈다.

건강하게 자란 반달곰 남매는 7월에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센터로 보내졌다. 야생적응 기간을 거쳐 지리산에 방사하기 위해서였다. 지리산 넓은 골짜기에 2000년부터 반달곰을 방사하기 시작해서 이제 건강하게 살고 있는데, 이중에는 서울대공원의 곰들도 상당수 있다. 2007년에 서울대공원에서 보낸 어미와 새끼 두 마리는 가장 성공적으로 야생에 적응했다고 한다.

작년 7월에 또다시 반달곰 남매를 지리산에 보내며 넓은 지리산의 품속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빌었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왔던 올 겨울을 잘 이겨내고 새봄에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대한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