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女빙속 金, 세계 첫 500m 남녀 석권… 스피드 코리아 ‘3박자’가 맞았다
입력 2010-02-17 21:11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어떻게 강해진 걸까.
모태범(21)에 이어 이상화(21·이상 한국체대)까지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따내자 세계 빙상계가 한국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17일(이하 한국시간)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이상화의 여자 500m 금메달 공식 기자회견에서 외신들의 질문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급성장 이유에 집중됐다. 비결은 기술의 승리, 현장의 승리, 멘털리티의 승리로 요약된다.
이상화는 이날 1차(38초24), 2차(37초85) 레이스 합계 76초09로 세계기록 보유자 독일의 예니 볼프(76초14)를 0.05초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AP·로이터통신, 미국 NBC 방송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이 금메달을 의심하지 않던 예니 볼프였다.
이상화의 금메달로 한국은 이날까지 결정된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총 4개 금메달 가운데 가장 많은 2개를 가져갔다. 각각 금메달 1개씩을 딴 체코는 물론 빙속 강국 네덜란드를 넘어서는 성적이다. 한국은 이 부문 총 획득 메달 숫자에서도 3개(금2·은1개)로 1위에 올랐다. 현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 3개 이상을 딴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금메달 없이 메달 2개씩만 딴 독일(은2), 일본(은1·동1)이 뒤를 잇고 있다.
우선 기술의 승리였다. 이상화, 모태범은 양쪽 스케이트 날을 지칠 때 다른 나라 선수들처럼 옆으로 밀지 않고 약간 뒤쪽으로 미는 기술을 구사했다. 서양 선수들보다 체격이 작은 이상화(1m64), 모태범(1m78)이 한 번의 스케이트질(추발력)로 전진할 수 있는 거리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였다. 한국 대표팀은 국내 연구 기관의 학문적 도움을 받아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 3곳(허리·무릎·발목)과 기록 단축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코너링으로 대변되는 우리 쇼트트랙 기술을 스피드스케이팅에 접목한 ‘퓨전의 힘’도 한국이 최강으로 성장한 비결 중 하나다.
현장의 승리는 경기가 열리고 있는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 대한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됐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7월 이상화, 모태범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데리고 캐나다 캘거리에서 밴쿠버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한국 대표팀이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이달 초 캘거리로 갔다가 밴쿠버로 들어온 코스와 똑같은 경로였다. 또 밴쿠버 경기장의 얼음 온도 등에 맞춰 스케이트 날을 전문적으로 갈아주는 2명의 전문요원을 항상 대기시켜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토리노 올림픽 쇼트트랙 계주 금메달리스트 오세종. 후배를 위해 선배가 온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멘털리티(mentality·심리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의 승리였다. 한류 확산으로 한국 선수들의 자신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당초 큰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이승훈(22·한국체대)이 남자 5000m에서 첫 메달을 따면서(14일) 긍정적 생각이 모태범(16일), 이상화(17일)로 잘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승훈의 선전이 모태범에게 힘이 됐고, 모태범의 깜짝 금메달이 이상화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상화 선수의 강인한 정신력과 탁월한 기량이 국민 모두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안겨줬다”며 “이 선수는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쓴 우리나라의 보배”라고 격려하고 축전을 보냈다.븲관련기사 3·4·5면
밴쿠버=이용훈 기자, 남도영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