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천국, 커플지옥” 아무리 코미디라지만… KBS 개그콘서트 한 코너 예수천국 불신지옥 패러디

입력 2010-02-17 17:55


KBS 2TV ‘개그콘서트’가 기독교를 희화화해 비난을 사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솔로천국 커플지옥’이 기독교의 전도 또는 집회 현장을 패러디해 저속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독인과 네티즌은 “개그콘서트가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기독교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진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격분했다.



‘솔로천국 커플지옥’은 이름부터 전도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에서 따왔다. 개그맨 박지선 권미진 이조원은 ‘솔로천국 커플지옥’의 팻말을 들고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연속으로 외치며 등장한다. 박지선은 “우리 모두 솔로가 되어야 합니다” “커플은 죄요, 커플은 악이요, 커플은 지옥입니다”라며 설교를 흉내 낸다. 이어 간증을 빗대 “어두운 커플길에서 방황하다 솔로로 돌아온 형제의 말씀을 들어보겠다”며 개그맨 박휘순을 소개한다. 박휘순은 “회개합니다”를 연방 외친다.

제작진은 “싱글 남녀들의 심리를 신선한 웃음 코드로 이끌어내는 코너”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항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아이디 ‘유순길’씨는 “공영방송 KBS가 특정 종교를 우스갯소리로 만드는 거 같아 불쾌감이 든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개그 코너를 보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네티즌 ‘김수영’씨도 “성가복, 기도하는 모습이나 모태 솔로, 형제님 등의 용어 등 누가 봐도 기독교를 희화화한 것”이라며 “성스런 종교생활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기독인 최혜진씨는 “옷과 말투, 구호 등 길거리 전도 현장을 티가 나게 매도한 개그에 쓴웃음이 나온다”며 “신앙인들이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2005년에도 기독교를 비하해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봉숭아 학당’ 코너에 등장하는 뚱뚱녀 교주 ‘출산드라’가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개그에서 성경 말씀을 빗대 억지웃음을 유발했었다. 이단 사이비교주를 연상케 해 자칫 기독교가 시청자들에게 왜곡되게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교계의 문화사역 전문가들은 특정 종교의 회화화는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종교관을 심어줄 수 있어 분명하게 항의, 시정토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석환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는 “기독교의 종교양식이 왜 중요하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작진에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며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더라도 합리적이고 세련된 의사 표현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