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5억 문서파쇄업 운영하는 조영욱 대표이사 “폐지 줍는 일이 은혜의 시작이었죠”

입력 2010-02-17 17:49


무역업으로 승승장구하던 30대 후반의 가장이 있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술, 담배, 도박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1996년 중국 포장물류에 잘못 손댔다가 ‘쫄딱’ 망했다. 집은 지하 사글셋방으로 옮겼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건설현장 잡부와 하수도 청소, 택배 배달원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고난은 ‘세상 것’을 끊게 했다. 하루에 2∼3가지 일을 했다. 새벽에 지역정보 신문을 배달할 땐 너무 피곤한 나머지 신문 꽂는 일을 맡은 아내가 승합차에 탔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저만치 달려갔다. 미안한 마음에 허겁지겁 달려온 아내를 끌어안고 엉엉 울기만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새벽예배만큼은 빠지지 않았던 부부는 2년 만에 1t 트럭을 구입해 자립기반을 마련했다. 처음 한 일은 폐지를 줍는 일이었다. 건물 지하주차장을 돌면서 각종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팔았다.

그러다 버려진 종이에 담긴 정보가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2002년 자연스레 문서 파쇄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30명의 직원을 두고 문서 파쇄로 연매출 25억원을 올리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모세시큐리티 조영욱(50) 대표이사의 이야기다.

“저희 회사의 주 고객은 은행입니다. 은행만 하더라도 전국의 1000여개 지점에서 나오는 회수 수표와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가 엄청나거든요. 수백t씩 나오는 서류 뭉치 앞에서 문서 세단기는 무용지물입니다. 병원 진료카드나 약국 처방전, 소송 서류, 성적표 등이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폐지수집상을 거쳐 누군가에게 흘러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찔하지 않습니까?”

모세시큐리티는 경기도 파주에 2군데의 파쇄공장과 10대의 파쇄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파쇄기가 설치된 차량은 현장에서 플라스틱 파일, 두터운 장부, CD까지 파쇄 한다. 이 회사는 절대 원칙이 하나있다. 아무리 일거리가 밀리더라도 주일엔 무조건 올 스톱이다.

“어떻게 지하 주차장에서 그 더러운 종이를 분류하기 시작했을까. 어떻게 내가 이런 대규모 파쇄공장을 갖게 됐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게 능력 밖의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모두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조 대표이사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교회의 개인정보 유출 방지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도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가 얼마나 많습니까. 정보유출의 원인은 오프라인이에요. 택배 박스에 붙은 주소라벨까지 수집해 팔아넘기는 세상입니다. 교회도 성도들의 개인정보 유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