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감독회장 선거 후보자 전원 퇴진-목원대 출신 선출”… 감신대 77학번 동기회 ‘조건부 재선거’ 요구

입력 2010-02-17 20:07

감리교신학대학교 77학번 목회자들이 지난 감독회장 선거 후보자 전원 퇴진과 목원대학교 출신의 새로운 감독회장 선출을 주장했다. 선(先) 총회냐, 선 재선거냐를 놓고 기독교대한감리회 내부 분열 양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감신대 77학번 동기회는 지난 16일 서울 태평로 감리교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선 재선거’ 요구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목회 활동을 하는 77학번 25명 중 20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어떤 모양이라도 우선 감리교회의 수장인 감독회장이 선출돼야 한다”며 그 전제 조건으로 2008년 9월 감독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강흥복 고수철 김국도 목사의 용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세 목사 모두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각종 소송으로 얼룩진 감독회장 선거 난국에 더 이상 남아있는 것보다 감리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용퇴하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77학번 동기회는 특히 감리교회의 ‘개혁’과 ‘화합’을 명분으로 내걸며 “새 감독회장은 목원대 출신의 목회자가 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감신대 출신 목사들에겐 재선거 불출마를 요청키로 했다. 지난 13일에는 연세대 출신 감리교 목회자들이 교단 내 ‘학연 정치’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었다.

77학번은 이와 함께 재선거로 선출된 새 감독회장은 비상 개혁입법총회를 열어 감독제도 선거제도 연급제도 의회제도 은급제도 등 5대 분야를 개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큰 틀에서 전국감리교목회자(전감목) 개혁연대의 입장과 유사하다. 전감목은 지난달 14일 정책협의회를 열고 ‘조건부 선 재선거, 이후 개혁총회’로 정책 전략을 변경했었다. 77학번 동기회 회장인 유기성(선한목자교회) 목사는 전감목 목회연구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감목 대변인 진광수 목사는 “전감목은 정책협의회에서 로드맵을 변경한 이후 내부 이견을 조율하는 데 힘쏟고 있으며 77학번 동기회와는 사전 논의나 교류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퇴진 요구를 받은 당사자들은 77학번 동기회의 요구를 일축했다. 김 목사 측 인사는 “감신대 동기 몇몇이 모여 누가 감독회장이 돼야 한다고 정할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학연주의의 또 다른 전형”이라고 말했다. 고 목사는 “현 사태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도, 학연도 아닌 금권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77학번들이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18일 오후 감리회 본부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3차 재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돌연 연기했다. 선 총회 지지자들의 회의 저지 시도에 대한 대응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일부 선관위원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선관위 소집 반대 및 회의 불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