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신의 깜짝 한수] 비씨카드배 32강전 ● 탄샤오 5단 ○ 최철한 9단
입력 2010-02-17 18:07
창밖을 내다보니 뭔가 허연 것이 꽃가루처럼 날리고 있다. 이 겨울날에 웬 꽃가루인가 하며 다시 자세히 보니 눈발이다. 마치 한 여름날의 신기루처럼 아련하게 흩날린다.
짧은 구정연휴는 잘들 보내셨는지요? 서울 토박이인 저는 가까이 있는 큰집을 찾아 새해 인사를 드리고 오랜만에 친척들끼리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느긋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렇게 한번 씩 모여 어느 새 훌쩍 커버린 조카들과 어르신들의 한 줄 또 생겨난 나이테를 볼 때면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잠시나마 게을러졌던 몸을 추스르고 다시 바둑공부를 시작해봅시다. 오늘 공부할 바둑은 비씨카드배 본선 32강전의 최철한 9단 대 탄샤오 5단의 대국입니다. 최철한 9단이야 더 이상 소개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미 일류로 자리를 잡은 정상급 기사고 탄샤오 5단은 현재 중국랭킹 28위로 한참 떠오르고 있는 신예입니다. 이쯤의 이름값이면 최철한 9단의 승리를 예상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바둑이란 게임은 그 날의 컨디션과 운도 상당히 좌우되기 때문에 세계대회 본선에서 만난 기사들끼리의 승부라면 아무래도 50 대 50의 승부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반부터 적극적이고 과감한 세력작전을 보여주며 흑이 시원한 형세였는데 흑 진영에 침투한 백의 타개를 너무 쉽게 해주게 되어서는 미약하나마 백이 편한 형세입니다. 이 후 우하귀와 좌변을 돌며 접전에 접전을 거듭하며 백의 우세가 확정될 즈음에 보여준 마지막 피니시 블로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실전도의 백1로 찌름을 선수한 뒤 백3의 파호! 흑4로 막을 수밖에 없을 때 백5,7로 나와 끊기게 되어 우하귀의 흑 돌이 모두 죽었습니다. 실전 백1,3의 교환을 하지 않고 참고도처럼 바로 백1로 나가 끊으면 흑2로 궁도를 넓히게 되어 알기 쉽게 삽니다(백1과 3의 수순이 포인트입니다). 이미 불리한 형세라 판단한 흑은 손을 뺀 것이긴 하겠지만 이럴 때 확실한 수를 읽어내지 못하고 결행하지 못하면 고수가 될 수 없습니다.
때로 상대방이 속임수를 두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응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오히려 정처 없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억울한 경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새해엔 열심히 수읽기와 기보 놓기를 병행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이영신<프로 4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