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당론변경… 친이·친박 ‘마이웨이 행보’

입력 2010-02-16 21:30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가 사실상 ‘마이웨이’ 행보를 시작했다. 친이계는 친박계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르면 18일 당론을 세종시 수정안으로 변경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단독 소집키로 했다. 친박계는 의총 보이콧은 물론 당론변경 시도에 강력 대응키로 했다.

친이계 의원 70명이 소속된 모임 ‘함께 내일로’는 16일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워크숍을 갖고 ‘세종시 수정안을 반드시 관철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표 발제에 나선 정태근 의원은 “18일까지 세종시 논의를 위한 의총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고 22∼23일 중 첫 의총을 개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헌에 따르면 의총은 소속 의원 10% 이상(17명)이 요구하면 개최할 수 있다.

친이계는 특히 친박계가 불참해도 토론회를 반드시 강행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김용태 의원은 브리핑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 등에 대해서도 국민투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크숍에서 최병국 의원은 “공자는 신(信)만 강조한 게 아니라 군자표변 소인혁면(君子豹變 小人革面)이라고 군자는 잘못을 바로 고치나 소인은 구구한 변명을 한다는 말도 했다”면서 “요즘 (정권 창출)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방해하던 사람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박 전 대표와 친박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친이계는 또 의총에서 수정안뿐 아니라 절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정 의원은 “원안-수정안을 놓고 당론 표결을 벌일지, 아니면 원안-절충안을 놓고 표결할지를 상황을 봐가며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친이계는 가급적 6월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경선 전에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오전에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친이계 안상수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요건을 갖춰 세종시 의총을 요구한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게 원내대표의 의무”라고 의총 개최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친박계 서병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토론을 거쳤고 의원들 각자가 이미 소신을 명확히 갖고 있는 상태”라며 “당내에서 토론을 하면 싸우는 모습만 보일 것”이라고 의총 개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 위원장은 그러면서 “상임위에 곧바로 상정해 법대로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같은 계파인 이계진 의원도 “의총 소집 요구는 싸울 장소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설득이 모자랐거나 토론장소가 없었던 게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총이 소집돼도 친이계가 당론 변경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친이계는 전체 의원 169명 중 수정안 찬성 100명, 원안 찬성 50명, 중립을 20명 안팎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친박계는 각각 85명, 60명, 25명으로 보고 있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요구되는 당론 변경에는 113명이 필요하다. 친이계는 13명 정도를 추가로 찬성파로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반면 친박계는 결국 당론 변경에 실패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손병호 노용택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