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광부네 집 네 쌍둥이 21년후 태어난 병원의 간호사 됐다… 황슬·설·솔·밀씨 길병원 출근
입력 2010-02-16 18:37
1989년 인천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태어난 네쌍둥이 자매가 21년 만에 간호사가 돼 병원으로 돌아왔다.
가난한 강원도 광부네 집 딸인 황슬(21)·설·솔·밀씨는 16일 길병원에 첫 출근해 가운을 입었다. 양인순 간호부장으로부터 기본업무 설명을 듣고 원내를 한 바퀴 돌아보는 햇병아리 간호사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네쌍둥이의 탄생에서 첫 출근까지 21년 세월 속에는 이길여 길병원 이사장과의 오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들은 89년 1월 11일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 황영천(56)씨와 어머니 이봉심(56)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부는 출산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 친정인 인천의 한 작은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네쌍둥이를 가진 데다 예정일보다 3주 앞서 산모의 진통이 시작되자 어머니 이씨는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뒤 남편 황씨와 함께 인천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길병원을 찾았다.
네쌍둥이 모두 건강하게 출산하자 이에 감동한 이 이사장은 수술비와 입원비를 받지 않았고, 퇴원하는 산모에게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장학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2007년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나란히 합격했다. 이 이사장은 18년 전의 약속대로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겠다”고 다시 약속했다. 지난 10일 네쌍둥이가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하자 이 이사장은 이번에도 3년 전의 약속을 지켰다.
맏이인 슬씨는 “이 이사장께서 약속을 모두 지켰듯이 우리 자매들도 3년 전 약속 드렸던 대로 몸이 아파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열심히 섬기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