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세력 권력투쟁-부패척결 미흡-경제정책 실패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 좌초위기 초래”

입력 2010-02-16 18:44


駐우크라이나 박노벽 대사

박노벽(55·사진) 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최근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과 관련, “집권 세력 내부에서 벌어졌던 권력투쟁이 오렌지 혁명으로 물러났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세력에게 어부지리를 선사했다”고 16일 말했다.

박 대사의 설명처럼 구소련 지역인 독립국가연합(CIS)에 민주화 열풍을 일으켰던 ‘오렌지 혁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야당인 지역당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가 유효표 48.95%를 획득해 45.47%에 그친 율리아 티모셴코 총리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15일(한국시간) 공식 발표했다.

‘2010년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국내에 들어와 있는 박 대사는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렌지 혁명 세력의 몰락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집권세력 간 이전투구식 정치투쟁이다. 오렌지 혁명을 주도했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총리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국정 주요 현안에서 사사건건 부딪혔다.

심지어 집권 8개월 만에 티모셴코 총리를 해임하기도 했고, 2005년부터 내리 세 차례나 총선을 치르는 등 극도의 정치불안으로 국민들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박 대사는 “정치 주도세력의 내부 경쟁과 상호 비판은 세력권 자체 틀 유지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둘의 다툼은 세력 자체의 존재마저 부인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부패척결 노력이 미진했던 점이다. 박 대사는 “애초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권위주의 세력을 몰아냈지만 속시원히 환부를 도려내지 못했다”며 “이 역시 집권세력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이 근본 요인이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경제 정책의 실패다. 특히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가스값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나름의 노력으로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가스의 중간유통 과정을 없앴지만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박 대사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야노코비치 당선자의 제1공약이 10년 내 주요 20개국(G20)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올해 G20 의장국인 한국의 경제 발전과 외환위기 극복 과정 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렌지 혁명은 2004년 말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주의 절차에 따른 선거와 부정부패 척결 등을 요구한 시민저항운동으로 그 결과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