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이젠 시스템으로 잡는다
입력 2010-02-16 21:21
백용호 국세청장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를 과세 사각지대에 있는 숨은 세원을 양성화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백 청장은 “세무조사로 탈세자를 다 잡을 수는 없지만 제도적인 인프라가 굉장히 많이 구축돼 정보량이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서 탈세하면 잡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꼭 알려 달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세청은 소득-지출 분석시스템, 법인정보 통합시스템, 국제거래세원 통합분석시스템 구축 등 새로운 과세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기존에 첩보를 입수, 세무조사를 통해 사후적으로 탈세를 잡아내는 게 국세청의 업무처리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시스템을 통해 탈세혐의자를 사전에 추출해 이들을 중심으로 기획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에 구축된 소득-지출 분석시스템이다. 종합소득세 신고자의 5년간 소비 지출액, 재산증가액을 소득금액과 비교해 탈루혐의자를 추출해 낸다. 신고된 소득은 월급쟁이 수준인데 소비지출이 과도하거나 재산이 급격히 불어났다면 숨은 세원 관리대상자 명단에 오르게 된다. 국세청은 해외증권 등 해외금융자산과 해외 소비 자료까지 포함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에 구축된 국제거래세원 통합분석시스템(ICAS)도 지능적인 탈세자들의 허를 찌를 수 있는 비밀병기다. ICAS는 해외 재산은닉, 역외소득 탈루혐의 정보를 분석하고 공격적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국제적 공조체제 구축으로 역외탈세혐의자를 적발하게 된다. 가령 국내 기업들이 해외 법인을 청산할 때 실제로는 돈이 남았으나 적자라고 허위 신고해 탈세한 뒤 해외에 재산을 숨겨둘 수 있다. 이 경우 현지에서는 반드시 금융기관이나 국세청에 소득이나 재산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간 조세정보 교환을 통해 국세청에 정보가 입수되고 국내 모기업과의 연계 분석을 통해 탈세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역시 지난해 말 구축된 자료상 조기경보시스템은 2011년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이 의무화되면 유통과정을 추적 조사해 자료상 및 허위세금계산서 수취자를 조기에 적발하게 된다. 아울러 현금영수증·신용카드·전자세금계산서 자료를 사업자별로 통합, 분석하는 매출-매입 분석시스템이 운영된다.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는 허위계약서 적발을 위한 취득가액 조기검증 시스템과 자금출처 조기검증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를 통해 이중계약서 혐의자를 사전에 적발해 기획조사가 실시되고 고액재산 취득자 중 자금능력이 없는 사람은 신속하게 선별돼 변칙 증여 검증 대상에 오르게 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