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신세대 깜짝 질주… 남자 500m서 예상하지 못한 쾌거
입력 2010-02-16 21:43
막내가 해낸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금메달이었다. 경기 현장 외신들도,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심지어 생일을 맞은 선수 본인도 깜짝 놀랐다.
모태범(21·한국체대)이 16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벌어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쟁쟁한 스타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1위로 골인했다. 1894년 고종 황제 당시 국내에 소개된 한국 빙속 116년 역사상 첫 금메달이다. 한국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 이후 62년 만에 쇼트트랙 종목 외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기도 하다.
보통의 스피드스케이팅 상식을 뛰어넘는 금메달이었다. 모태범은 1차 레이스에서 34초923으로 전체 출전 선수 39명 가운데 2위를 했다. 1위 핀란드 미카 푸탈라(34초863)에 0.06초 뒤졌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남자 500m 경기는 하루에 두 번 연속해서 뛰기 때문에 1차 레이스보다 2차 레이스 기록이 더 좋을 수가 없다. 게다가 모태범은 500m가 주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2차 레이스를 앞두고 금메달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차 레이스 출발선에 선 모태범은 출발 총성과 함께 힘차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100m 구간 통과 기록 9초61. 1차 레이스에서 본인이 기록한 9초63보다 오히려 빨랐다. 남자 500m는 100분의 1초, 때로는 1000분의 1초 차이로도 메달 색깔이 바뀐다.
여기에 상대는 세계기록(34초03) 보유자이자 캐나다 홈팬들의 열광적 응원을 등에 업은 제레미 워더스푼. 모태범은 가속 스피드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코너를 돌더니 마지막 네 번째 코너웍을 마친 뒤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시도했다.
전광판에 찍힌 모태범의 2차 레이스 기록은 34초906. 1차 레이스 기록보다 0.017초를 앞당겼다. 경기장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고, 모태범은 1, 2차 레이스 합계 1위로 올라섰다.
김 감독은 “1차 레이스 1위를 했던 푸탈라는 500m가 주종목이기 때문에 2차 레이스에서 그가 넘어지지 않는 한 모태범의 금메달은 어렵다고 봤다”고 했다.
그러나 1차 레이스 1위 자격으로 마지막 조에서 경기한 푸탈라는 2차 레이스에서 더 나빠진 기록(35초181)으로 11위에 그쳤다.
모태범은 금메달 확정 뒤 첫마디로 “오늘이 제 생일인데요(현지시간으로 2월 15일), 제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이 된 것 같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2차 레이스 시작 전에 상대가 전 세계랭킹 1위 워더스푼이어서 일단 100m까지만 그보다 빠르게 달리자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은 진짜 예상 못했다”고 밝혔다.
당초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이강석(25·의정부시청)은 4위, 이규혁(32·서울시청)은 15위에 그쳤다. 한국은 국가별 메달 순위 3위(금2·은1)로 올라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모태범 선수에게 축전을 보내 “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자랑스러운 보배이며 강인한 정신력과 탁월한 기량으로 국민 모두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안겨주었다”고 격려했다.
밴쿠버=이용훈 기자 cool@kmib.co.kr